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각 지자체로 넘긴 신천지 신자 명단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한 포항지역 신도는 자가격리 도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거리를 이동했다가 결국 확진판정을 받았다. 광주지역 자가격리자는 “답답하다”며 주거지를 함부로 이탈했다가 적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27일 포항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A(27·남)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22일 오후 1시30분쯤 자신의 아버지 승용차로 대구에서 포항까지 온 뒤 108번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북구 부모 집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21일 대구시로부터 ‘3월6일까지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대구에 살던 A씨는 발열과 기침 등 증상발현 상태에서 26일 정부24사이트를 통해 포항에 전입신고를 마쳤는데 당일 오후 1시쯤 포항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실시한 검사결과 6~7시간 후 ‘확진판정’이 내려졌다. 대구에서 포항으로 주민등록지를 옮긴 그는 성모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귀가했다가 확진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천지 신도인 A씨는 포항시에 통보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입신고한 포항시뿐 아니라 대구시에서도 전출자인 A씨가 명단에서 누락됐고 전수조사는 두 지자체에서 모두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광주에서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녀온 30대 신도가 자가격리 기간에 쌍촌동 자신의 주거지를 무단 이탈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신천지 신도 B(31)씨가 지난 25일 택시를 타고 수완지구로 가다가 택시기사에게 “자가 격리 중인데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했다는 것. 경찰과 보건당국은 다음날 조사를 벌여 주거지 이탈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 경로와 이탈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다녀온 B씨가 중대본 명단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위반 사실이 확정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벌금 300만원 등의 처벌이 불가피하다.
신천지 신도 명단이 상당수 축소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주도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26일 오후 건네 받은 도내 신천지 교인 명단이 실제 교인 수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도 명단이 ‘제주 1차’라고 표시됐고, 명부상 지역 인구비율이 실제 거주인구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추가 명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중대본이 신천지로부터 21만2000명 분의 국내 전체 신도명단을 제공받아 26일 각 지자체에 전달했는데, 제주로 통보된 교인 수는 646명으로 0.3%에 그쳤다. 제주의 인구와 산업규모 등이 사회지표 전반에서 통상 ‘전국 1%’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제주 신도가 전체 1% 수준인 2000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산해왔다는 의미다.
도는 타 지역 전수조사 중 제주 거주자로 나타나는 경우 등 중대본으로부터 추가 명단 통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명단에서 제외된 실제 신도를 찾아낼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도는 중대본, 신천지 측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히 추가명단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가 이날 신천지 신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진 결과에서는 총 646명 중 연락이 닿지 않는 39명과 결번 4명 등 43명을 제외한 603명 가운데 유증상자가 36명에 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신천지 신도 명단이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진위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지나치게 적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지만 앞으로 추가 명단 통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신속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