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기존 확진자에게 노출되지 않았고, 발병국 여행 사실도 없는 환자다. 미국은 첫 지역사회 확산 사례일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적인 공중보건 봉쇄 조치와 여행자 입국 제한이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했지만, 발표 직후 이 같은 사례가 나온 것.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CDC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시점에서 환자의 (감염원에 대한) 노출을 알 수 없다”며 “이번 케이스는 공중보건시스템을 통해 감지됐고 임상의가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노출된 적도 없고 확진자가 나온 국가를 여행한 적도 없다고 NYT는 전했다.
미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해외여행이나 확진자로부터의 감염을 모두 추적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염 근원을 파악하지 못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밴더빌트 대학의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섀프너 박사는 NYT에 “현재 우리를 걱정시키는 것은 (이 확진자가) 발병국에서 온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을 경우”라며 “이는 다른 미발견 사례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이미 낮은 단계의 전염(단계)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해 우려했다. 다만 CDC는 환자가 또 다른 확진자나 귀국 여행자에게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전날 미국도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 사태가 일어날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단언했는데, 하루 만에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높은 사례가 나온 것이다.
NYT는 이번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공중보건 봉쇄 조치와 여행자 입국제한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고 호언장담한 밝힌 직후 발표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 내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감염된 사람과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격리했다”고 며 미국 내 위험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 당장 코로나19 검사 능력도 제한돼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CDC는 진단 테스트를 개발하고 전국 지역 보건소에 테스트 키트를 배포했다”며 “하지만 키트에서 결함이 발생해 새로운 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개 주가 코로나19 테스트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확인 테스트는 여전히 CDC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