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에 따라 한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금지 및 제한을 강화하는 국가들이 급증하는 와중에 유럽 출장을 떠났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귀국한다. 엄중한 시국에 자리를 비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강 장관은 영국에서 예정됐던 외교장관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오점도 남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의 불가피한 개인 사정으로 한·영 외교장관회담이 추후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외교장관회담은 당초 26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랍 장관의 사정으로 열리지 못했다. 랍 장관의 개인 사정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일정이 발표된 양자 외교장관회담이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 장관은 랍 장관 대신 나이젤 아담스 영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국무상(차관급) 배석 하에 맷 핸콕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영국 측은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추진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지난 22일 출국해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참석했고, 25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 참석과 한·독 외교장관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영국에서 외교적 결례로 볼 수 있는 일방적 회담 취소를 당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금지 및 제한 조치가 속출하고 있어 외교장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강 장관은 유럽 출장을 강행해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각종 다자회의도 중요하지만, 비상 시국에는 외교장관이 일정을 연기하고 현안을 챙겼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급박한 국내 현안이 생겼을 때 외교장관이 해외 방문 일정을 연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06년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엄중한 외교 현안을 이유로 중미 순방을 연기했다. 2015년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포격 도발을 하자 코스타리카 출장 일정을 단축해 조기 귀국했다.
외교부는 강 장관이 출장 중에도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강 장관은 지난 26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하며 최근 중국 측의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과도한 제한 조치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