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내게 큰 산이었다”…샤라포바, 현역 은퇴 발표

입력 2020-02-27 09:48
2019 윔블던 1회전에 출전한 마리아 샤라포바의 모습. 이하 신화 뉴시스

그랜드슬램을 다섯 차례 달성했던 러시아의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3)가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샤라포바는 26일(현지시간) 미국 패션잡지 보그와 베니티페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테니스에 안녕을 고한다”며 “28년 동안 다섯 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과 함께 나는 이제 다른 지형에서 경쟁하기 위해 또 다른 산을 오를 준비가 돼 있다”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통산 36차례의 우승. 세계랭킹 1위.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여자 운동선수. 샤라포바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해 ‘러시아 뷰티’로 불리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전례 없는 여성 테니스 스타였다.

그는 17살이었던 2004년 윔블던을 제패하며 이름을 알렸다. 단식 결승에서 당대 최강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5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으며 2006년 US오픈, 2008년 호주오픈과 2012년, 2014년 프랑스오픈을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국가대표로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19 윔블던 1회전에 출전한 마리아 샤라포바.

WTA 투어 단식에서 총 36차례 우승했으며 상금만 3877만 7962달러(한화 약 471억원)을 벌어들였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 연속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여자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1위로 선정됐고 사탕 회사인 ‘슈가포바’를 운영하는 등 사업가로서 면모도 보였다.

하지만 2016년 1월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적발된 약물은 멜도니움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해 부상 회복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알려졌다. 샤라포바는 당시 마그네슘 부족을 채우기 위해 이전부터 복용했던 약물이라고 주장했지만 징계를 피하진 못했다.

2017년 상반기 복귀한 그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 등으로 예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윔블던부터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3연속 1회전 탈락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급기야 세계 랭킹은 200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373위까지 떨어졌다. 도핑 징계 이후 그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8년 프랑스오픈 8강에 불과하다.

샤라포바는 인터뷰에서 “매일 하던 훈련, 경기를 마친 뒤 하는 악수, 모든 것들이 그리울 것”이라며 “그동안 테니스는 내게 하나의 커다란 산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산은 수많은 계곡과 우회로로 이뤄졌지만 정상에 올라서 보는 광경은 환상적이었다”며 “내가 은퇴 후 무엇을 하든, 나의 다음 산이 어디가 되든 여전히 도전하고, 그 산을 오르고, 성장할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