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당국이 전날에 이어 한국에서 들어온 항공편 승객 전원을 격리조치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인과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동북3성 뿐아니라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 아파트에는 한글로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라는 문구가 붙기도 하는 등 한국인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주중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웨이하이에 도착한 제주항공편 탑승객 147명이 전원 격리 조처됐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명이었고, 나머지 141명은 중국인이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인 승객 3명이 발열 증상을 보여 승객 전원을 호텔로 격리 조치했다”면서 “승객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3시쯤에 도착한 한국발 항공편에도 승객 가운데 2명의 발열자가 있어 전원 격리돼 검사를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공기에는 총 107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중 24명이 한국인이라고 대사관측은 전했다.
전날에도 웨이하이 공항에서는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3명이 전원 격리 조치됐고, 이 가운데 한국인 19명도 포함됐었다. 승객들은 웨이하이 시내 지정된 호텔에 격리됐으며 27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산둥성 지방정부는 탑승객 격리 조치에 대해 “항공편에 발열 증세를 보인 승객이 있어 승객 전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데, 사전에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일부 오해가 생겼다”고 주중한국대사관측에 설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측은 산둥성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국민의 조속한 귀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측은 한국인 승객들의 경우 코로나19 검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강제 격리에서 조기에 풀려나 귀가한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도 전날 전염병예방통제 영도소조 회의를 열고 공항 등 입국 관문을 엄격히 통제키로 하는 등 외국 입국자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놨다.
베이징시는 해외의 코로나19 발병 위험을 예의 주시해 입국 시 건강 검진을 철저히 하고, 베이징 주재 외국인에 대한 방역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 추세인 한국과 일본에서 오는 사람들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두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은 2주간 자가 격리 등 철저한 관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 지역은 아파트 별로 한국서 돌아온 교민들에 2주간 자가 격리 후 단지 출입증을 발급해주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문 앞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라는 한글 문구가 갑자기 붙기도 했다.
상하이시의 경우 한국인이 많이 사는 홍차오 당서기가 전날 교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26일부터 상하이를 떠났다가 다시 입국한 교민들에게 2주 격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산둥성 옌타이는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지역에서 온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전용 통로를 만들어 건강 검진을 하기로 했다. 단체로 목적지까지 이동시켜 전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핵산 검사를 하기로 했다.
독북3성에서는 지린성 창춘의 경우 지난 23일까지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자가격리하도록 했지만, 이후 공항에서 단체 버스로 지정호텔이나 거주지 등으로 이동해 격리 관찰하고 있다고 현지 한인회측은 전했다.
창춘에서는 한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자가 격리하면서 집 앞에 ‘봉인’ 표시를 한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밖에 지린성 옌지에서는 한국발 항공편 승객의 전용 통로를 지정해 운영중이고, 투먼, 훈춘 등 옌볜 내 다른 도시들도 외국 입국객에 대해 격리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