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만에 1200여명 감염… 면역력 약한 정신질환자 치사율 20%

입력 2020-02-26 17:46 수정 2020-02-26 17:5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국내 첫 감염사례가 나온지 37일 만이다.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약한 정신질환자는 코로나19의 치사율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환자 94명(사망자 제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추가 사망자를 막기 위한 대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오후 4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284명 늘어 총 1261명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계명대동산병원에서 기계호흡 치료를 받던 73세 남성이 숨지면서 사망자는 전날에 비해 1명 더 늘었다. 방역 당국은 이 남성이 신천지 신도인 것으로 파악했다.

사망자가 7명 나온 경북 청도 대남병원과 관련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이날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입원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된 정신질환자의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20% 이상까지 치사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망자 외에도 대남병원 환자 중 10명은 중증으로 산소치료를 받고 있고, 2명은 위중한 상태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정신질환자가 감염병에 걸렸을 때 일반인보다 예후가 안 좋을 만한 특성이 있다”며 “근육량이 적고 영양도 안 좋고, 헤모글로빈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폐쇄된 정신병동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도 컸다. 이 병원 환자들은 공동생활 공간에서 24시간 같이 지내면서 그룹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밀접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공용 화장실을 쓰고, 자칫 마실 위험이 있어 손 소독제(알코올젤)를 비치할 수 없었던 점 등도 감염을 예방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대남병원 환자가 아닌 경우(5명)는 고혈압, 신부전증, 폐 질환 등 만성 질환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원운영센터장은 “고혈압, 당뇨라고 하더라도 평소 약을 꾸준히 먹고 생활 습관이 잘 조절된 경우 심각한 면역 저하가 없지만 폐나 신장, 간이 안 좋은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대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부분 성인은 치명률이 상당히 낮지만 고령이거나 당뇨,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치명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위는 자택에서 숨진 3번째 사망자(41세 남성)의 경우 사망 전 건강상태가 나쁘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이 환자는 사후 확진 판정을 받고 화장을 했기 때문에 코로나19와 연관성 조사는 어려웠다. 임상위는 “코로나19의 임상 정보 파악을 위해 (3번째 사망자는)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