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대적 확산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공공기관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관마다 직원들을 재택 근무시키고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등 동원 가능한 방역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산하 공공기관에 방역 강화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까지 주문한 것을 두고 모순된 지시를 동시에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조금이라도 살려보려는 취지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대민 접촉 확대가 불가피하다. 방역 강화를 위해 외부인 접촉을 최대한 줄여온 것과는 상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5일 성윤모 장관 주재로 열린 소관 40개 공공기관과의 긴급대책회의에서 공공기관들의 방역 활동을 점검하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기관별로 계획된 채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지역경제와 관련된 예산을 조기 집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는 지역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경영지원자금을 저리(低利)에 빌려주는 대출 지원 서비스를 개시했다.
문제는 규모가 크지 않은 공공기관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26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사무실 비품을 지역 기업에서 구매하거나 기관 인근의 시장·점포와 상생협약을 맺는 정도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이 걸린 기관으로서는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주문이 부담스럽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하라는 건 모순”이라며 “차라리 ‘선(先) 방역 후(後) 경제 활성화’로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본사 근무자 1명과 월성원전 근무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사와 월성원전 직원 160여명도 자가격리됐다. 가스공사 역시 31번 확진자가 이용했던 대구 동구 퀸벨호텔에서 식사를 한 소속 직원 1명을 자가격리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