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투부터 쿠보까지’ 기성용 새 소속팀 마요르카의 모든 것

입력 2020-02-26 17:43
기성용(가운데)이 25일 RCD마요르카 이적을 확정지은 뒤 구단 관계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기성용(31) 사가’가 결국 스페인 라리가행으로 마무리됐다. 친정팀 FC 서울을 통해 프로축구 K리그로 복귀하려던 기성용의 뜻은 좌절됐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꿈꿨던 스페인 무대에 입성하며 길었던 이적 과정을 ‘해피앤딩’으로 마무리했다. 기성용 이적으로 라리가 강등권 팀 RCD 마요르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기성용은 25일(한국시간) 마요르카 이적을 확정지었다.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번을 부여받은 그는 “최고의 선수들과 대결하는 것이 기대된다. 꿈을 이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6월 말까지 계약돼 올 시즌 잔여 일정을 소화한다.

기성용이 뛰게 될 마요르카는 1916년 창단된 역사 오랜 라리가의 대표적 중소 클럽이다. 주로 세군다 디비시온(2부리그)에 위치했지만, 라리가에서 성과를 낸 ‘전성기’도 있었다.

엑토르 쿠페르(65·아르헨티나) 감독 재임 시절 전성기가 시작됐다. 승격팀이던 마요르카는 쿠페르 감독의 지휘 하에 1997-1998 시즌 수페르코파 데 스페인 우승을 차지했다. 코파 델 레이에서는 바르셀로나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며 아쉬운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1998-1999 시즌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컵위너스컵 결승에 올라 크리스티안 비에리(47·이탈리아), 파벨 네드베드(48·체코)가 뛰던 라치오에 후반 81분 결승골(네드베드 득점)을 허용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쿠페르 감독 재임 기간 마요르카는 라리가 6위-3위-10위를 차지하며 ‘돌풍의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베스트 사커 어워드에 참석한 사무엘 에투의 모습. AP뉴시스

사무엘 에투(39·카메룬)는 1999년 임대생 신분으로 마요르카에 합류해 이 전성기를 이어갔다. 완전 이적한 2000-2001 시즌 에투는 총 14골 3도움을 올리는 활약 속에 팀을 라리가 3위로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에도 기여했다.

이후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는 중위권 팀으로 ‘안착’한 마요르카는 재정적인 위기를 맞으며 2012-2013 시즌 18위로 강등됐고, 2015-2016 시즌 뒤엔 3부리그까지 추락했다. 위기를 구한 건 비센테 모레노(46·스페인) 감독이다. 그는 2017년 팀을 맡아 2시즌 연속 승격을 이끌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스 구단주 로버트 사베르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의해 2016년 팀이 인수되면서 재정 상황이 안정된 것도 ‘고속 승격’의 디딤돌이 됐다.

마요르카는 올 시즌 7시즌만의 라리가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6승 4무 15패로 라리가 강등권인 18위다. 홈에선 6승 2무 5패로 중위권 수준의 성적을 거뒀지만, 원정에선 승리가 없을 정도로(2무 10패) 홈과 원정의 격차가 큰 게 원인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마요르카 섬에 위치해 있는 지리적 상황 때문에 원정 경기마다 비행기를 타고 힘든 여정을 가야 하는 게 기복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성용은 그런 마요르카의 중원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모레노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3명의 미드필더를 중원에 두는 걸 선호한다. 현재 미드필드 3선엔 3골 3도움을 올린 베테랑 살바 세비야(36·스페인)와 이두리스 바바(24·가나)가 활약 중이다. 세비야는 베테랑 미드필더로 킥 감각과 연계 플레이가 좋지만 나이가 많아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바바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친 플레이와 압박이 좋다. 기성용은 두 선수와 함께 뛰거나 번갈아가며 그라운드에 나서며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라리가 득점 공동 8위(9골 3도움) 안테 부디미르(29·크로아티아)를 기점으로 쿠보 다케후사(19·일본·2골 3도움), 라고 주니오르(30·코트디부아르·4골)로 구성된 공격진에 기성용의 정확하고 빠른 패스는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은 “마요르카는 발 빠른 공격수 쿠보와 라고를 측면에 활용해 기성용의 패스 스피드가 역습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마요르카는 부디미르·세비야가 팀에 뒤늦게 합류해 좋은 활약을 보여줘 베테랑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거의 반 시즌을 뛰지 못한 기성용이 컨디션만 회복한다면 충분히 활약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밝혔다.

볼 다툼을 하고 있는 쿠보 다케후사(왼쪽 세 번째)의 모습. EPA연합뉴스

기성용은 ‘일본의 메시’라 불리는 쿠보와도 발을 맞추게 됐다. 쿠보는 기성용 이전에 마요르카 선수단에 있던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18세 미만 선수 해외 클럽 이적 금지 규정을 위반한 바르셀로나가 징계를 받아 FC 도쿄로 돌아간 뒤 성인팀에서 J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장했다. 지난해 6월 레알 마드리드와 5년 계약을 맺은 뒤 마요르카로 임대된 상태로, 라리가 아시아인 최연소 득점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적응에 성공했다. ‘기성용 패스-쿠보 골’ 장면도 이른 시일 내에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