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민주당’ 창당 논의가 끊이지 않으면서 당 내부에서는 가부간에 결론을 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명분과 실리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논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결국엔 민주당이 당내 청년조직 활용 또는 원외 인사들의 창당을 통해 비례정당을 만드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26일 KBS 라디오에 나와 “정치는 원칙적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비례정당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손혜원 무소속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의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는 “당 밖이라는 것은 다양한 시민사회도 있고 학회도 있을텐데 제가 뭐라고 하는 것은 주제넘은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청년민주당’ 창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경태 청년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청년의병’이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 ‘청년민주당’ 등을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은 좀 있다”며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 중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래한국당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할 가능성에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우리는 지금 원내 1당을 뺏기면 안 된다. 국회의장부터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너무 많다”며 “원내 1당을 뺏길 경우 문재인정부는 바로 레임덕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작 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는 거리를 둔 상황이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우리 상황이 워낙 심각하지만 당에서 논의한 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 밖에서 (비례정당을) 만드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면 그 영향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례정당 창당 시기는 빠듯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개시일(3월 26일) 10일 전까지 후보자 추천절차의 구체적 사항을 정한 당헌·당규 등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늦어도 다음 달 16일까지는 창당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20일이 채 남지 않은 셈이다.
당 내에선 ‘이미 늦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상호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창당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을 하려면 후보 공모,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2주가 걸린다. 최소한 지난 21일에는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가시화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도 “우리가 실제로 창당 작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비례민주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인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손혜원 의원이라든가 정봉주 의원, 윤건영 후보가 유독 ‘비례민주당’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입에 올리고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는 흔적도 보이지만 한편으론 의병이나 민병대가 나선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례민주당을 만든다면 사실상 정치적인 의미에서 민주당과 거의 결별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