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이 점차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외에도 이탈리아발 유럽·아프리카·남미 확산, 이란발 중동 확산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된 국가 및 지역은 26일(한국시간) 오후 4시30분 현재 41곳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발 확진자가 속속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크로아티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본토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확진자가 늘었다.
이집트에 이어 알제리에서도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아프리카 확산도 우려된다. 아직까지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던 브라질에서도 1차 양성반응을 보인 환자가 나왔다. 만약 브라질에서 최종 확진 판정이 나올 경우 코로나19 청정지역은 중미 한 곳 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팬데믹의 3가지 요건 중 2가지 기준에 이미 들어섰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2가지 요건은 ‘사망가능성이 있는 질병 유발’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이다. 메소니에 국장은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며 “3번째 기준인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도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 사태가 일어날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이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귀국자 중 4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57명으로 늘었다.
마크 립시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교수도 트위터에 “이미 팬데믹이거나 그렇게 될 거란 증거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급격히 감염자가 증가하는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 등을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 세계 성인의 40~70%가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에 다녀오거나,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코로나19가 전파되면서 당혹해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한 젊은 남성이 양성반응을 보였고, 오스트리아에서는 24세의 이탈리아인 남녀 2명이 감염됐고, 이중 한 명이 일하는 호텔이 폐쇄됐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에서는 70세 남성이 밀라노 여행을 다녀온 뒤 양성 반응을 보여 격리됐다. 스페인 본토에서도 이탈리아를 여행한 여성이 최초 확진자가 됐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감염자가 확산하자 이탈리아·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프랑스·독일 등 인근 국가 보건장관들은 로마에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회의에 나서 공동대응을 약속했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이탈리아발 확진자가 나와 아프리카의 확산 우려도 커졌다. BBC, 블룸버그 등은 이날 알제리 보건장관이 국영TV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확진자는 지난 17일 알제리에 입국한 이탈리아 남성으로 현재 격리 중이다.
아직 확진자가 없는 브라질은 최근 이탈리아를 다녀온 60대 남성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내 초긴장 상태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주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61세 남성이 1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냈고, 2차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면 남미에도 코로나19가 상륙하게 되는 것이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이 남성을 포함해 의심환자 4명을 관찰 중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