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를 고수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과의 선거연대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대열을 이탈해 통합당으로 합류하고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 지지율에 남아있는 안철수계 의원들도 고심에 빠졌다. 다만 안 대표가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만나겠다고 언급하는 등 이전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놔 막판에 통합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 부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당 입당을 선언했다. 장 부위원장은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안 대표 캠프에 참여했던 측근 인사다. 그는 “‘안철수맨’인 제가 이제 안 대표의 곁을 떠난다”며 “야권이 힘을 하나로 모아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게 4·15 총선의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김철근 국민의당 창준위 공보단장도 통합당행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 대표가 독일에 체류했을 때,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했을 정도로 안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김 단장은 통합당과의 선거연대가 없으면 당의 미래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통합당으로 발길을 돌린 안 대표 측근은 6명에 달한다. 원외에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문병호 김영환 전 의원이 원내에서는 바른미래당을 나온 이동섭 김중로 의원이 통합당에 들어갔다. 당 안팎에선 안 대표 곁에 남아있는 비례대표 의원 3명의 추가 이탈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의 국민의당 간판으로는 선거에서 당선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나 혼자 통합당으로 넘어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도 “선거연대를 포함해서 승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고민해야 한다. 안 대표와도 이런 생각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들이 28일 국회에서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관련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제외됐다. 국민의당은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래저래 4년 전 돌풍과 비교할 때 당세가 초라한 모습이다.
당이 열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여전히 선거연대와 통합에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연대를 해야 한다는 논리도 안 대표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가타부타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고 대표 본인이 다 교통정리를 한 사안”이라며 “거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빠져나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안 대표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과 관련해 “안 대표와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러브콜’에 안 대표가 화답한 모양새다. 선거연대는 절대 없다던 입장도 “통합당에 물어보라”며 다소 누그러진 듯한 모습이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한 인사는 “안 대표가 자강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면서도 “지지율이 제고되고 그래야 상대방도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느냐. 그런 다음에 선거연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