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줄이탈에 대표회동도 제외…입지 좁아지는 안철수

입력 2020-02-26 16:4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홀로서기를 고수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과의 선거연대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대열을 이탈해 통합당으로 합류하고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 지지율에 남아있는 안철수계 의원들도 고심에 빠졌다. 다만 안 대표가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만나겠다고 언급하는 등 이전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놔 막판에 통합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 부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당 입당을 선언했다. 장 부위원장은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안 대표 캠프에 참여했던 측근 인사다. 그는 “‘안철수맨’인 제가 이제 안 대표의 곁을 떠난다”며 “야권이 힘을 하나로 모아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게 4·15 총선의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김철근 국민의당 창준위 공보단장도 통합당행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 대표가 독일에 체류했을 때,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했을 정도로 안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김 단장은 통합당과의 선거연대가 없으면 당의 미래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통합당으로 발길을 돌린 안 대표 측근은 6명에 달한다. 원외에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문병호 김영환 전 의원이 원내에서는 바른미래당을 나온 이동섭 김중로 의원이 통합당에 들어갔다. 당 안팎에선 안 대표 곁에 남아있는 비례대표 의원 3명의 추가 이탈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의 국민의당 간판으로는 선거에서 당선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나 혼자 통합당으로 넘어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도 “선거연대를 포함해서 승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고민해야 한다. 안 대표와도 이런 생각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통합당 입당의 변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들이 28일 국회에서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관련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제외됐다. 국민의당은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래저래 4년 전 돌풍과 비교할 때 당세가 초라한 모습이다.

당이 열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여전히 선거연대와 통합에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연대를 해야 한다는 논리도 안 대표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가타부타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고 대표 본인이 다 교통정리를 한 사안”이라며 “거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빠져나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안 대표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과 관련해 “안 대표와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러브콜’에 안 대표가 화답한 모양새다. 선거연대는 절대 없다던 입장도 “통합당에 물어보라”며 다소 누그러진 듯한 모습이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한 인사는 “안 대표가 자강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면서도 “지지율이 제고되고 그래야 상대방도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느냐. 그런 다음에 선거연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