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너마저… 코로나19 팬데믹에 세계 금융시장 ‘비명’

입력 2020-02-26 16:45 수정 2020-02-26 16:50

글로벌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방위적 확산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도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던 미국 증시마저 최근 이틀간 6% 넘게 폭락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내림세를 보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전 세계적 전염병)이 된다면 올 상반기 미국과 세계 경제의 침체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3대 증시는 25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3% 안팎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이날도 3.15% 하락하며 2만7081.36까지 주저앉았다. 2거래일 만에 1900 포인트 넘게 빠졌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6.68%나 하락해 3128.21까지 내려왔다. S&P500지수가 이틀 동안 6% 넘는 하락폭을 기록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전엔 경기 침체를 제외하면 이런 급락이 나타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심리가 민감해 지고 알고리즘 트레이딩(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주식거래)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유럽도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영국 FTSE100(-1.94%), 독일 DAX(-1.88%), 프랑스 CAC40(-1.94%) 지수 등이 줄줄이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각각 0.83%, 0.79% 내렸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고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 점이 하락세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 행렬에 다시 고꾸라졌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84 포인트(1.28%) 내린 2076.77로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886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최근 3거래일간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 폭탄’ 규모는 2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 축소 등을 고려하면 증시 낙폭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지수 반등을 위해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통화 완화)’ 확인과 국내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고점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닥 지수도 2.32포인트(0.35%) 내린 654.63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6.6원 오른 달러당 1216.9원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원화 약세로 돌아섰다.

눈길을 끄는 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달러의 상승세가 최근 주춤하다는 점이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온스당 169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26일 164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지난 21일 99.7까지 올랐다가 현재 99.0선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은택 연구원은 “주식을 비롯해 금과 달러 모두 2, 3개월간 랠리로 인해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채권만 아직까지 조정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