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신혼여행도 막막…코로나19로 예비 부부 걱정도 늘었다

입력 2020-02-26 16:15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뉴시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하객들이 식장을 거의 찾지 않는 데다, 결혼식을 연기하는데도 막대한 위약금을 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예식과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수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탓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예비부부도 많다.

26일 대구의 A 예식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 결혼식장에서는 식이 단 한 건만 열렸다. 평소 토요일이면 결혼식이 평균 10건 정도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십 분의 일로 줄었다. 지난 19일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퍼진 후 첫 토요일이라 예약 연기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혼주들은 대부분 코로나19 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7월 이후로 미뤘다.

이날 결혼식은 보증인원을 기존 200명에서 절반인 100명으로 줄인 채 열렸다. 보증인원은 식장을 찾을 하객들의 최소 인원을 미리 정하는 것으로, 보증인원 숫자에 따라 식대를 매기기 때문에 예식장 당일 수입의 기준이 된다. 이날 혼주는 보증인원을 계획보다 한참 줄이고도 하객이 30여명밖에 오지 않아 애를 태워야 했다.

예식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정과 보증인원을 변경해 주는 것은 운이 좋은 경우다. 예식장이 보증인원을 거의 줄여주지 않고 일정 변경시 거액의 위약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예식업체는 보통 계약서에 천재지변의 경우 위약금 없이 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했는데, 코로나19의 경우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위약금을 물게 하는 탓이다. 위약금은 예식 일정과 계약서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적게는 100만원대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한다.

주말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비슷한 일이 전국 예식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유명 예식 업체는 예식을 연기할 경우 계약금과 추가 대관료, 위약금까지 요구하면서 고객들과 마찰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수 35만명에 달하는 한 네이버 카페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식 연기 문제로 고민을 토로하는 게시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식장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증 인원조차 조정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위약금 없이 식을 연기해주거나 보증인원을 줄여주는 업체 명단을 공개해 응원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끝내 결혼식 연기를 택한 혼주들은 신혼여행까지 연기해야 한다. 특히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신혼부부들이 격리되는 등 한국인들의 여행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결혼식은 치르더라도 신혼여행은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 결혼 정보 카페에는 ‘답답해서 우울하고 눈물이 난다’ ‘막막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예식장으로서도 사정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예약 변경에 협조하고는 있지만, 금전적 손해가 크다. 혼주가 예식업체에 일단 위약금 일부를 내고, 추후 결혼식을 예정대로 진행한 후 총 발생 비용 중 일부를 혼주에게 되돌려주는 절충안도 내놓고 있지만, 손해를 다 메꿀 수는 없다. 한 예식장 예약 담당자는 “모든 직원이 일손을 놓고 있어서 벌어들이는 게 전혀 없다”며 “경영상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