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하고보니 의심환자’…서울 119, 코로나19 골머리

입력 2020-02-26 16:02 수정 2020-02-26 16:21
방호장비를 착용한 서울 코로나19 전담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119 구급대원 A씨는 지난 3일 출동 뒤 다음 날까지 소방서 ‘감염관찰실’ 신세를 져야 했다. ‘허리부상’이라는 신고를 받고 찾아간 환자가 뒤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로 드러나면서다. 환자 체온은 정상,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었지만, “중국 청도에 여행 갔다가 지난달 27일 입국했다”는 한마디가 A씨 발목을 잡았다. A씨는 환자가 코로나19 음성 확진을 받을 때까지 관찰실에 격리됐다. 서울에는 지금도 구급대원 8명이 A씨처럼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접촉해 발이 묶여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접촉해 구급대원이 격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구급대원 격리는 응급환자 출동 공백과 직결된다.

현재 구급대원은 코로나19 전담구급대와 일반구급대로 나뉘어 운영된다. 일반구급대와 달리 전담구급대는 감염방지용 보호복과 보안경 등 5종의 보호장비를 차고 출동한다. 119 신고 당시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호소하거나 관련자라고 말하면 전담구급대가, 코로나19 관련 언급을 않거나 얼버무리면 일반구급대가 출동한다.

이때 119 신고가 잘못되면 일반구급대가 코로나19 의심환자와 마주치는 일이 생긴다. 환자가 자신의 세부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일반 환자로 분류돼 일반구급대가 출동한다.

겉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던 환자가 병원 이송 뒤 의심환자로 분류돼 구급대원이 격리되는 경우도 나온다. 구급대원 B씨는 지난 5일 중풍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 50대 남성 1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이송 과정에서 코로나19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뒤 B씨는 병원으로부터 해당 환자가 중국 국적의 52세 남성에, 1주일 전 대림동에서 다른 중국인들과 식사를 했고, 체온이 37.8도까지 올라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숨은 복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구급대원 C씨는 지난 13일 한 식당 내 폭행 건으로 출동했다가 관찰실 신세를 졌다. 폭행 당사자는 이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일행이 말썽이었다. 한국에 사는 중국인인 일행은 지난 1월 중순 중국을 방문했고 37.6도 미열까지 나고 있었던 게 구급대원 접촉 이후에 드러났다.

재난본부는 119 신고 시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으면 먼저 질병관리본부 1339로 연락해 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소방청은 코로나19 관련 환자 이송에 동원된 전국 119 구급차에 대한 소독과 구급대원 보호조치 등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환자는 물론 의식이 없는 환자 이송 시에도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