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무호 단장 “상당수 외식업주 한계상황 몰려…근본적인 체질개선 절실해”

입력 2020-02-26 15:57 수정 2020-03-02 17:03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한껏 움츠려들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겨 개점휴업 상태인 상인들을 위해, 월세를 절반만 받는 등 고통분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점포수를 가진 한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는 23억원을 들여 점주들의 월세를 지원키로 했다. 오피스 밀집지역에서는 사무실로 포장이나 배달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시시각각 공개되면서 동네별 상권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이다. 식당, 카페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예약 취소사태에 상가엔 온기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손무호 단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하고, 체질개선과 사회 변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자영업의 대변자로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다짐했다. 사진=한국외식업중앙회 제공.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추진단장은 “현장에서는 보증이나 대출, 세금납부 유예 등의 한시적 조치보다 자영업의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면서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그동안 외식업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과 인기영합 정책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라며 “지금이라도 외식업을 잘 알고 법제도와 정책을 개선해왔던 사람의 의견을 정치권이 잘 수용해 하나하나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손 단장과의 일문일답.

-외식업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소회를 전한다면?
외식업은 우리 국민이 매일 먹고 마시는 모든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요즘에는 유명 음식점 하나가 지역과 특화거리를 먹여살릴 정도로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외식업이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와 달리, 정부는 소상공인 업종이라며 보호에만 힘을 써왔다. 외식업은 산업으로도, 경제주체로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길’이라는 소위 ‘핫’한 거리를 만들어준 1등 공신인 음식점들이 땅값이 오르면 제일 먼저 밀려났다. 정부는 정책자금 지원으로 자영업자들을 연명 시켰다. 외식업이 국가 기초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회원들이 가장 원하고 시급하다고 말씀해주시던 의제매입세액공제 등 세제 완화, 청소년 불법으로 인한 주류제공 행정처분 완화 등 현실적이고 자영업자의 생존과 관계된 시급한 법령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왔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재 외식산업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외식업은 정부나 사회에서 여전히 소상공인의 영역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외식업을 뜯어보면 농림축산, 임업, 수산업, 식품제조업, 제조업, 부동산임대업, 기계장치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외식업이 불황이면 경기도 불황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현재 경제상황처럼 내수가 진작되기보다 소득양극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정부 어느 부처에도 외식업을 산업으로 진흥하는 곳이 없다. 농식품부에 외식산업진흥 부서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농산물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식약처는 식품위생법을 관할하지만 기본 업무가 규제 중심이다. 최근에 중소벤처기업부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어떤 정부기관도 외식업을 눈여겨보는 곳이 없다.
외식업은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과 근로 강도가 센 업종이다. 내국인에게 3D 업종 인식이 강하다. 인력난이 매년 심화되고 있고, 최저임금보다 1000~2000원을 더 쳐줘도 일을 하려는 분들이 없어 외국인 고용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저임금이 최근처럼 급격히 인상되면 외식업주들은 경영비용이 다른 산업보다 더 크게 증가한다.
그러다보니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진입규제가 없어 창업이 쉬워지면서 자영업소간에도 과당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국세청 통계로 2017년 말 기준 외식업소 약 69.1만개 중 연매출 1억원 이하 업소가 전체 41.5%인 28.7만개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당 5곳 중 2곳이 한계업소란 말이고, 그만큼 영세하다는 것이다. 외식업 평균 이익률이 10%대 초반대로 붕괴된 지 오래다. 외식업소의 창업 후 1년 내 생존률이 50%정도인 시대에 이분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체질을 개선하는 넓은 시야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불황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준다면.
골목상권 업소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IMF때보다 힘들다”고 한다.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2017년 대비 33%나 인상된 최저임금, 젠트리피케이션을 포함한 임차료 인상, 식재료 · 각종 물가 인상 등으로 매년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마저 이 때문에 외식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자영업 매장의 경우 업주가 매일 12시간을 넘게 주 6일을 일해도 중소기업 신입사원 초봉을 벌려면 연매출 3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 소비트렌드가 시시때때로 바뀌고 원자재인 농산물 가격이 널 뛰는 시대에 3억원 이상을 연간 매출로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제반비용 때문에 대기업은 이익률이 10%이하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전국 확산은 외식업 전반에 매출 감소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전국 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일인 1월 20일 전후 2주간 일평균 고객 증감율을 조사한 결과, 외식업체 85.7%가 고객이 감소했고 감소율이 평균 29.1%로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이전의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량발생하면서 고객 내방 위주 식당의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반사적으로 배달앱 주문이 늘고 있지만 결국 외식업 평균 이익률이 1000원 당 이익이 100원 꼴이라 열심히 주문 배달을 해서 매출을 올려도 배달앱 수수료를 제외하면 남는게 많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 어느 식당 사장님에게 매출이 너무 급감했다고 하시길래 코로나19 정부 대책 지원금을 받아 보시라고 했더니 “대출 이자를 갚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빚만 늘릴 순 없지 않냐”고 하시더라. 이미 상당수 외식업 자영업주들은 이미 한계상황까지 몰려 있다. 현장에서는 보증이나 대출, 세금납부 유예 등의 한시적 조치보다 자영업의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손무호 단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외식업의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외식업중앙회 제공.

-외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외식업은 국가 기초 산업이자 주요 산업이다. 특히 음식은 생명과 직결된다. 식당이 다중이용업소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보호가 아닌 진흥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특히 외식업은 진입규제가 없다. 누구나 손쉽게 음식점을 낼 수 있다. 외식업이 쉬운 자영업종이 절대 아닌데도 청년과 퇴직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여기서 상처받은 청년들도 적지 않고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포부로 창업한 퇴직자들도 무일푼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도 많다. 이 책임은 아무도지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가 외식업을 소상공인의 영역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외식업의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언급한 채질개선을 위해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외식산업의 이해도가 높은 정치인의 부재가 아쉬울 것으로 사료된다.
사실에 기초한 정부 행정과 국가 정책이 중요한다. 그동안 외식업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선거때만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과 인기영합 정책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외식업은 새벽부터 가게에 나와서 늦은 밤까지 강도 높은 노동이 이어지는 업종이다. 그들의 피땀이 국민 건강이고 내수 경제 활성화인 것이다. 이 점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은 외식업계에 오래 종사하고, 교육을 하거나 현장의 실상을 직접 들었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식업을 잘 이해하면 자영업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외식업을 잘 아는 순간 700만 자영업자 전체가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외식업을 잘 알고 법제도와 정책을 개선해왔던 사람의 의견을 정치권이 잘 수용해 하나하나 바꿔가야 한다.

-향후 계획을 전한다면.
자영업자들도 임금근로자만큼 생존이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자영업이 어려워지면 대기업도 영업이 힘든 구조이다. 상생 의지가 없으면 결국 함께 침몰될 수 있다. 내수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 자영업도 영업활성 안정자금이 필요하다. 외식업처럼 시장이 포화돼 창업 후 1년 내 생존률이 50%이하인 업종들은 업종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사업성공률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에 대한 그간의 관점을 바꾸면 할 일이 너무 많다. 더 이상 자영업이 정치권과 정부에 홀대를 받아서는 안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하고, 체질개선과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뚝심으로 추진하는 자영업의 대변자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