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쇄’ 발언에 고개숙인 민주당…홍익표 “질책 달게 받겠다” 사의

입력 2020-02-26 15:28 수정 2020-02-26 16:54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6일 ‘대구·경북 봉쇄 조치’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부주의한 발언의 당사자인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말 한 마디 실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전날 홍 수석대변인의 봉쇄 조치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고위 당정 설명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많은 심려를 끼쳤다”며 “(봉쇄는) 방역 전문 용어상 감염 차단을 의미하지만 용어 선택이 매우 부주의했다. 일상의 위협 속에 있는 시도민의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회의 직후 홍 수석대변인은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며 “이에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간사(왼쪽)와 자유한국당 이채익 간사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홍 수석대변인은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중국 정부의 우한 봉쇄처럼 우리 정부도 대구·경북 지역을 봉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전달되면서 TK 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나 “오해”라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26일 오전까지도 라디오방송에 나와 “(봉쇄는) 방역당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이미 우리 정부가 한 달 전부터 써왔던 표현”이라며 “정부 측이 준비해온 브리핑 자료 초안에 포함됐던 것”이라며 해명했다. 그는 앞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을 주도해 논란이 됐었다.

홍 수석대변인의 후임으로는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이 임명됐다. 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으로부터의 요청을 받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직을 맡게 됐다”며 “국민의 심려가 큰 시기이다. 엄중한 시기 무거운 직책을 맡은 만큼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과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겸임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