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봉쇄’ 발언에 역풍 맞은 홍익표, 대변인직 불명예 사퇴

입력 2020-02-26 15:16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간사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기 위해 이채익 의원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봉쇄’ 발언으로 비난 받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대변인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2018년 8월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된 뒤 1년 6개월 만이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함에도 대구·경북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며 “이에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또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불신과 비난보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으로 보듬으며 함께한다면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앞서 홍 수석대변인은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는 현 단계에서 봉쇄 정책을 극대화해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기로 했다.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

‘봉쇄 정책’ 발언은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당·정·청이 내놓은 봉쇄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 차원이 아니라 사람·물자 등의 물리적인 이동까지 정부가 막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봉쇄가 말이 되냐”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등 댓글이 이어졌다.

홍 수석대변인 이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봉쇄의 의미가 아니다”라며 “대구 봉쇄를 우한 봉쇄 연상하듯 (언론보도가) 나가는 건 사실이 아니다. 방역 전문용어로 봉쇄와 완화를 쓴다. 코로나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 조기에 봉쇄하고 완화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 수석대변인의 부주의한 브리핑을 지적하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 소속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정·청 회의에서 봉쇄조치라는 표현이 사용돼 불필요한 논란이 일었다”며 “오해받을 수 있는 배려 없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많은 심려를 끼쳤다”며 “방역 전문 용어상 ‘감염 차단’을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용어 선택이 매우 부주의했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도 “말 한마디 실수로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지난달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고발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홍 수석대변인의 후임으로는 강훈식 의원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