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 코로나19 미국 내 전파 기정사실화 대책 마련
트럼프, 주식시장 폭락에 우려…인도 방문서도 주식시장 관찰
미국, 더 강한 여행제한 조치가 투자자 걱정 부채질 우려
백악관 “코로나 공포는 좌파 세력과 일부 언론 탓”
미 보건당국 “코로나19 즉각적인 위협 낮다” 말 바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하는데 격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과도한 경고가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그의 참모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인들의 안전보다 주식시장을 더 중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WP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가 확산된 일부 국가들에 대해 더 강한 여행제한 조치들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미국과 이들 국가의 관계를 단절하고 투자자들의 걱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미국 내 전파를 기정사실화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낸시 메소니에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장은 코로나19의 전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학교와 기업·지역사회에 휴교와 재택 근무·모임과 회의의 취소 등의 방법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미국 주식시장은 연이틀 폭락했다. 2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9포인트(3.15%) 추락했다. 전날인 24일에도 다우존스는 1032포인트(3.56%) 급락했다. 다우존스만 따지만 이틀 동안 1911포인트가 폭락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민주당 공격에 주력하면서 코로나19 문제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언급하는 경우에도 미국에 미칠 영향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CDC와 나의 행정부가 코로나19에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다르다는 게 WP 기사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 상황에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참모들에게 주식시장의 동요를 야기할 예측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25일 1박 2일 일정의 인도 방문에서도 주식시장의 폭락을 면밀히 관찰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일부 백악관 당국자들은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처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백악관은 코로나19 공포의 책임을 좌파 세력과 언론에 돌렸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불행하게도 우리는 공포스러운 말과 권력을 노린 음모로 미국인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하게 만드는 좌파 세력과 일부 언론의 정치적 활동을 보고 있다”면서 “새해 초부터 진행된 트럼프 행정부의 방역 작업으로 인해 코로나19가 국내에 미칠 위험은 여전히 낮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압박 탓인지, 미 보건당국의 말도 몇 시간 만에 달라졌다고 WP는 꼬집었다. 메소니에 센터장이 미국 내 코로나19 전파가 시간 문제라고 밝힌 후 앤 슈챗 미국 CDC 선임 부국장은 “미국에서의 즉각적인 위협은 여전히 낮다”면서 “우리는 위험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미온적인 대처는 공격을 받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24일 WP에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으나 주가 폭락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당국자들의 장밋빛 기대는 코로나19 급속 확산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
백악관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급증하는 코로나19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너무 적은 액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