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5일 일본을 앞지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2위 감염국이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일본이 2위였으나 이날 순위가 뒤집히면서 순식간에 감염자 수는 100명 이상으로 벌어졌다. 한국 상황이 악화한 배경으로 집단 감염이 꼽힌다.
25일 기준으로 한국 코로나19 감염자는 977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144명 증가하면서 이날 전세계 2위 감염국으로 올라섰다. 지난달 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한 달 여 만이다. 전날까지 2위였던 일본은 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감염자는 모두 85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일본을 앞지르는 동시에 차이를 123명으로 금세 벌려놨다.
다만 일본 확진자 대다수는 요코하마항 다이코쿠 부두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집중돼 있다. 이곳에 691명이 격리돼 있다. 크루즈 격리 인원을 제외하면 일본 내 감염자는 163명이다.
한국은 첫 확진 판정 이후 하루에 1명 정도씩 서서히 늘어나더니 지난 19일부터 급속도로 불어났다. 집단 감염이 문제였다. 대구 신천지증거장막 집회, 청도 대남병원, 부산 온천교회,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칠곡 밀알사랑의집이 대표적이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여러 명이 밀집해 생활하는 폐쇄된 공간은 바이러스 증식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천지 집회가 열렸던 대구 상황은 심각하다. 확진자 절반 이상인 500여 명이 대구에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구 확진자 중 77%가 신천지와 연관이 있다. 신천지 신도들은 어깨가 붙을 정도로 밀착해 집회를 열기 때문에 집단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구 집회에 참석한 신도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갔고 피해는 커졌다. 신천지 신도였던 31번 확진자가 검사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자 의심 증상이 있어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경북 칠곡 중증장애인시설인 밀알사랑의집의 경우 23일 40대 입소자를 시작으로 확진 판정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신천지 신도였던 입소자가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밀알사랑의집 확진자 수는 22명이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 113명 중 101명은 정신병동 환자였다. 폐쇄적이고 열악한 환경 탓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망자 대다수도 이곳에서 나왔다. 백 과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정신병동에서 이례적인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신질환에 친화적일 리 없고 기저질환이나 만성질환, 허약체력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쉽게 감염됐다고 볼 수도 없다. 현재 확진판정을 받은 노쇠한 80대도 잘 버티고 있다. 문제는 폐쇄병동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객 확진자 39명 중 28명은 경북에 집중됐다. 이중 2명은 성지순례를 가지 않았지만 밀접 접촉해 감염됐다. 당국은 이들과의 접촉한 인원은 180여명으로 보고 있다. 부산 확진자 대다수는 온천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