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시스템 공천 밋밋?실세·청와대 낙하산 공천 없어”

입력 2020-02-25 19:05 수정 2020-02-25 19:19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앞세워 21대 국회의원 후보자를 뽑고 있다. 안정적이란 호평도 있지만 현역 기득권 지키기에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원칙과 기준에 맞추다 보니 밋밋하지만, 실세 당 대표나 청와대 눈치 봐서 낙하산 공천했다는 이야기는 없잖느냐”며 “그만큼 시스템 공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공천 탈락자가 속출한 미래통합당에 비하면 민주당 공천은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었다. 원 위원장은 “‘경선 우선 원칙’에 따라 가급적 경선을 치르게 했고, 경선으로 역동성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며 “26일부터 나오는 경선 결과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라면 충분히 (드라마를 만들어 낼) 토양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풀무원 창업자를 거쳐 부천시장 등을 지낸 5선 중진이다. 그는 “사업도 해보고 시장도 해본 입장에서 혁신은 경쟁을 통해 일어난다는 확신이 있다”며 “인위적인 물갈이가 혁신의 해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경쟁력 조사 결과 경선이 무의미할 정도의 차이가 없으면 경선을 원칙으로 했다. 당 최고위원도, 중진도 예외가 없었다. 원 위원장은 “경선을 통해 당의 결집력도 강해지고 후보의 경쟁력도 강화된다”며 “여성 우대 원칙 등을 감안한 경우 등만 예외적으로 단수 공천했다”고 했다.

서울 강서갑 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공관위는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정봉주 전 의원을 공천 배제 결정했다. 경선 원칙에 따라 추가 공모를 결정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호에 앞장섰던 김남국 변호사가 출마선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친문재인계 지지자들은 원 위원장에게 문자폭탄을 쏟아냈다. 원 위원장은 “여기도 경선이 원칙이라 정 전 의원이 탈락한 자리에 추가 공모를 한 것이지, 금 의원을 배제한다는 등의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사적인 이해관계를 앞세운 ‘낙하산 공천’은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가 실세 대표 아닌가. 그런데 이 대표가 밀어서 경선에 못 들어갈 만한 친구가 들어갔다거나, 전략공천이 됐다거나 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초반에 생난리를 쳤지만, 청와대가 압력을 넣어서 (누가 됐다거나), 청와대 눈치를 봐서 (누구를 공천)했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느냐”고 자부했다.

공관위 심사는 철저히 상대방을 이기고 당선될 수 있느냐는 경쟁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동작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원 위원장은 “동작을의 우뚝한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느냐가 최고의 기준이었다”며 “예비후보 한 명은 내 보좌관 출신이었는데, 그를 포함해 우리 후보들이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니 눈물을 머금고 전략공천을 검토해달라고 넘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 의원을 꺾을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계속 물색 중이다.

원 위원장은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비례민주당’ 논란에 관한 입장도 내놨다. 그동안 그는 선거제를 비롯해 정치개혁에 앞장서왔다. 그는 미래통합당의 모습을 보면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우화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송나라의 양공이 적군이 강을 건너오는데 아무리 적이라 해도, 어떻게 (싸울 준비가 안된) 이들을 공격하느냐며 다 건너올 때까지 기다리다 싸워서 졌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원 위원장은 “우리가 (준연동형 비례제도를 반영한 선거법 개정을) 주도하고 4+1을 통해 제도화한 입법 취지가 있다”며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 구조라 기성 양당이 득표율보다 7~8% 많게는 10~12%까지 초과하는 의석수를 받아왔는데 그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례성 강화를 통해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입법취지가 있는데도 저쪽에서 비례위성정당을 갖고 비례의석을 15~20석까지 싹쓸이해가면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인 채 뺏기는 꼴이 된다”며 “그 취지를 살리면서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