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한약이 특효?… 한의사협회 “검증 안 된 치료법 조심”

입력 2020-02-26 07: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한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예방약 등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진료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는 대한한의사협회는 근거가 불명확한 치료법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부산의 한 한의원은 최근 온라인 사이트에 “코로나19를 자가 치유로 이겨낸 방법을 소개한다”며 “감염 예방과 증상 완화에 도움 되는 네 가지 한약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한의원은 “진료를 받은 후 맞춤 한약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몸 안의 유익한 미생물을 활성화시켜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치료법은 구충과 해열, 뜸 치료, 한약 처방 등이다. A원장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제 폐렴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많다”며 “청도대남병원 등 확진자가 있는 곳에서 요청이 있으면 치료하러 가겠다”고 했다.

일부 한의원은 이처럼 한의학적 처방을 통해 몸 안의 면역력을 길러 코로나19를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흡기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한약재로 코를 가습하는 향기 치료부터 중국의 각종 약재로 지은 탕약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중의학이 효과를 봤다며 중국에서 작성된 여러 문헌을 인용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각종 처방이 난무하자 한의사협회는 공통 진료 매뉴얼 마련에 나섰다. 협회는 최근 한의대 교수와 연구자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한의학 TF’를 구성했다. 최문석 협회 부회장은 “TF를 통해 코로나19처럼 여태 경험한 적 없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보조 치료법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항바이러스 관련 기존 문헌 등을 정리해 진료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는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준수하되 한의학만의 방식을 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한의원이 독자적으로 내세우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 부회장은 “개별 한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 요법을 쓰다가 큰 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매뉴얼을 통해 최소한의 한의학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한의학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학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예방은 백신”이라며 “한의학적 처방을 코로나19 치료·예방법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