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의 법적 책임을 묻는 처벌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시민들은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인 신천지 신도나 집단 감염이 나타난 청도 대남병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형사처벌의 원칙상 슈퍼전파자나 병원에 대한 처벌이 명쾌하진 않다. 방역 당국에 대한 자료 부실 제공, 역학조사 거부, 감염을 알고도 일부러 밀집지역에 간 행위 등이 적극적인 의도와 함께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처벌에 앞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입증이 까다롭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각 일선청에 코로나19 대응팀 구성을 마치고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한 사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5대 중점 대응범죄로 규정한 것 중엔 역학조사 거부행위, 입원 또는 격리 등 조치 거부행위, 관공서 상대 감염사실 등 허위 신고행위가 포함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공무원의 역학조사에 대한 거부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행위에 대해 신속·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대검찰청을 통해 각급 검찰청에 지시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고 거짓 자료를 제출했을 경우 처벌된 사례가 존재했다. 코로나 사태에선 방역당국이 요구한 시설 현황과 다른 자료를 내거나 일부 신도가 역학조사에 불응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신천지를 향한 비난 여론이 높다. 거짓 자료 제출 등이 처벌에 이르려면 단순 비협조가 아닌 방해에 이를 정도로 판명돼야 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실장 김모씨 등은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을 보건당국에 늑장 제출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지난해 9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도 대남병원의 경우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인 상태여서 병원에만 잘못을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병원이 코로나 환자가 다른 이들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않고 사후 피해를 확대시켰다는 주장은 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병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이슈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환자나 유족들이 스스로 국가나 병원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증명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전례에 따르면 메르스로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국가와 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국가가 유족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으나, 삼성서울병원 등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5월 암 추적 관찰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격리하지 않은 건 의심환자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에선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입원과 격리 등 강제 처분 근거 등 을 마련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돼 오는 27일 본회의 의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이는 감염병 의심자와 환자가 격리조치나 입원을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