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살의 독일 소녀 나오미 자입트가 반(反)기후변화운동의 메신저로 떠오르고 있다. 열정적인 환경운동으로 지난해 국제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10대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대척점에 선 것이다. 자입트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은 그를 “툰베리에 대한 해독제”라고 부르며 적극적인 우상화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참신한 매력으로 이제는 국제적 현상이 된 툰베리 신드롬에 맞서기 위해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들이 선택한 자입트는 툰베리처럼 금발의 10대 유럽인이며 힘있는 연설가지만 두 사람이 내놓는 메시지는 결이 다르다. 자입트는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을 대놓고 폄하하며 “비겁할 정도로 반인륜적인 이념”이라고 맹비난한다.
자입트는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통해 반환경주의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탄소 배출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싸고 저렴한 화력 에너지를 이용할 권리를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툰베리를 겨냥해 ‘공황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어린 소녀가 하는 말로 이념을 만들어내지 말라”고 덧붙였다. 자입트는 툰베리가 주도해 전세계로 퍼진 기후변화 시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보며 “오싹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자입트가 내놓는 메시지는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미 극우세력 등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 보수 싱크탱크 하트랜드 연구소는 자입트에게서 반환경주의 진영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착했다. 그들은 최근 자입트를 기후변화운동 거부 켐페인의 얼굴로 고용했다.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기후변화 거부 단체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하트랜드 연구소는 이후 ‘나오미 자입트 대 그레타 툰베리: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등 반환경주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상에 뿌리고 있다. 자입트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극우 정치운동가들의 연례 행사 ‘보수주의 정치행동 컨퍼런스(CPAC)’에서 연설자로도 나설 예정이다. 자입트를 기후변화론을 부정하는 극우·보수 진영의 스피커로 만드는 데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트랜드 연구소에서 기후환경 정책 분야를 맡고 있는 제임스 테일러는 “자입트 그 자체가 자유시장과 기후 현실주의를 위한 환상적인 목소리”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