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에…소비자·기업 심리 꽁꽁

입력 2020-02-25 17:38
한국은행·한국경제연구원 조사 … “3월 더 나빠질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소비심리 하락폭은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 수준으로 추락했고,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이후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추가로 반영될 경우, 내달 지표는 낙폭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내다본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를 기록했다. 한달 전보다 7.3 포인트 떨어졌다. 낙폭은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6월 수준과 같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여기에다 임금과 물가상승률, 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도 더 나빠졌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 낙폭은 2008년 조사시작 이래 세번째로 크다. 1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12.7포인트)이고, 2위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이다.

하지만 이달 지표는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전인 지난 10~17일 사이 이뤄졌다.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20일 이후 지표를 감안하면, 다음 달 소비자심리지수의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소비심리뿐만 아니라 지금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도 66으로, 12포인트 떨어졌다. 향후경기전망지수도 11포인트 떨어진 76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깊이 배어있는 것이다. 이 밖에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2포인트 내린 91, 생활형편전망 지수는 4포인트 떨어진 93을 나타냈다.

주요 기업들의 향후 경기 전망도 먹구름이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3월 전망치는 84.4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망치(92.0)에 비해 7.6 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달 실적치는 78.9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2월(62.4)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BSI 3월 전망치는 사스(-11.7 포인트), 메르스(-12.1 포인트)에 비해 하락폭이 작긴 하지만 코로나19가 현재 진행 중이라 추후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찬 강주화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