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아”…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전통시장

입력 2020-02-25 16: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양한주 기자

“파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아요. 가겟세도 못 낼 지경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서울 전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매출 감소세를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사람들 발길이 아예 끊겼다. 상인들은 “수십년 장사하면서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이곳 농산물 판매 구역의 가게 중 절반은 셔터를 내렸거나 천을 덮어놓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상인들 사이에선 “코로나19 걸리기도 전에 굶어 죽겠다” 등의 걱정 섞인 이야기가 나왔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송모(68)씨는 “30년 장사했는데 지금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매출이 3분의 1 토막 났다”고 말했다. 축산물을 판매하는 신모(34)씨는 “한번에 대량으로 사가던 식당들도 최근에는 주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25일 서울 강남구의 영동전통시장이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손님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모습. 양한주 기자

강남구 영동전통시장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날 손님이 있는 곳은 시장 내 가게 10곳 중 1곳 뿐이었다. 상인회 회장인 송모(68)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80% 줄었다”며 “손님들이 직접 와야 하는 시장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한 채소 가게 사장은 “요즘에는 못 팔고 버리는 채소가 정말 많다”고 한탄했다.

전통시장이 유독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폭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SSG닷컴이 이마트 매장을 통해 제공하는 배송 서비스의 주문 마감률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80% 초반이었으나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주말 이후 99.8%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대부분 매장에서 주문이 마감된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매장은 주문이 폭증해 28일까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반면 전통시장의 경우 배송 서비스가 취약하고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가락시장은 ‘가락시장e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2700여명 중 117명(4%)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락시장 소속 상인 배모(73)씨는 “젊은 사람들이나 컴퓨터로 하지 우리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편정수 서울시상인연합회장은 “최근 사람들이 시장에는 아예 방문을 하지 않고 있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