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티를 반장으로’ ‘리카에게 소중한 한 표 부탁합니다’
4월로 다가온 총선 선거운동이 아니다. 귀엽고 익살맞은 구단 마스코트를 K리그 마스코트들의 반장으로 만들기 위한 축구 팬들의 자발적인 호응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보인 2020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17일 투표 시작 이후 긴장감 고조를 위해 23일 득표수를 비공개로 전환하기 직전까지 총 5만2935표가 행사됐을 정도다.
연맹이 멍석을 깔자 팬들과 구단은 ‘문화’를 만들었다. 선거 초반 대구 FC의 공슴도치(축구를 좋아하는 고슴도치) ‘리카’가 득표수 1위를 질주하자 팬들은 2·3위였던 수원 삼성의 그리폰 ‘아길레온’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두루미 ‘유티’ 간의 ‘조류연합’을 제안했다. 대구의 또 다른 마스코트 ‘빅토’는 기자회견을 열어 리카와의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며 지지를 독려하기도 했다. K리그 선수들도 자구단 마스코트 지지발언에 동참했고, 마스코트들은 당선 공약까지 걸었다.
연맹 관계자는 25일 “EBS ‘펭수’ 돌풍에 착안해 단순히 경기장에 있는 인형 정도였던 마스코트들을 팬들과의 쌍방향 소통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K리그만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매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스코트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구단의 의욕도 반장선거가 힘을 받은 비결이다. 인천은 선거를 앞두고 새 마스코트 유티를 선보였다. 기존 두루미 캐릭터를 아이들이 좋아할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고, 여기에 ‘월미도에서 운동하는 게 특기’ 같은 스토리를 부여했다.
인천 관계자는 “팬들이 반장 당선 홍보 포스터까지 손수 제작해 온라인에 올릴 정도로 호응이 크다”고 밝혔다.
유티 탄생엔 지난해 리카의 성공사례가 영향을 끼쳤다. 대구는 DGB대구은행파크를 개장하며 새 마스코트 리카를 선보인 후 원정 경기, 리그 미디어 데이까지 마스코트를 대동하며 마케팅에 힘썼다. 마스코트를 활용한 상품도 큰 인기를 끌어 부가가치를 냈다. 리카는 말하자면 K리그 마스코트 돌풍의 ‘시발점’이었던 셈이다.
그런 리카도 현재까지 아길레온에 이은 득표수 2위다. 인기구단 수원 팬들의 투표 독려 운동 때문이다. 연맹은 26일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될 ‘개표방송’을 통해 초대 반장을 발표한다. 여기서 뽑힌 마스코트만이 1년 동안 완장을 찰 수 있고, 내년 선거에 ‘기호 1번’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연맹 관계자는 “총선과는 달리 팬들을 위한 금권선거는 장려한다”며 “반장이 된 마스코트에 신병의 문제가 생긴다면 보궐선거도 생각해 보겠다”며 웃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