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에 극장 관객 16년 만 최저… OTT로 간 관객

입력 2020-02-25 15:5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11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몰 내 CGV 전주효자점.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사태로 극장가는 초토화됐다. 하루 극장 관객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7만명 대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극장을 찾은 총 관객 수는 7만7071명에 불과했다. 2004년 5월 31일의 6만7973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하루 34만명을 넘는 관객을 모았던 것에 비하면 무려 77% 감소했다. 2010년대 들어 하루 극장 관객이 10만명을 넘지 못한 건 2016년 4월 5일(9만4906명) 두 번째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별 의미가 없어졌다. 1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들’은 전날 2만2911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개봉 6일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누적 관객은 40만명도 안 된다. 2위와 3위에 오른 ‘1917’과 ‘정직한 후보’는 각각 1만명 대 관객을 추가했고, ‘작은 아씨들’ ‘클로젯’ ‘기생충’ 등 나머지 10위권 작품들은 1만명에도 못 미쳤다.

극장 업계로서는 1998년 멀티플렉스 도입 이후 최대 위기다. 우리나라 전체 영화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극장이 흔들리면 영화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공포감은 더해진다. 신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극장을 찾는 발길은 더 뜸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기대작인 ‘사냥의 시간’과 ‘기생충: 흑백판’을 비롯해 ‘결백’ ‘밥정’ ‘후쿠오카’ ‘콜’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 같은 작품들이 모조리 개봉을 연기했다. 극장들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비용 절감을 위해 상영 회차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 지역 상영관은 상영 회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재난영화 '컨테이젼'과 '감기' 포스터. 각 영화사 제공

관객들의 영화 관람 패턴 자체가 달라졌다. 극장 관람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VOD(주문형비디오)나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시청 비율이 늘어났다. OTT 업계로서는 뜻밖의 호재를 만난 셈이다. 때마침 넷플릭스는 25일부터 매일 ‘오늘 한국의 톱 10 콘텐츠’를 공개하기로 했다. 최신 트렌드에 따른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OTT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이용 변화 흐름이 읽힌다. 재난영화의 관람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영진위 일일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2011년 9월 개봉한 ‘컨테이젼’의 IPTV 이용 순위는 지난 22일 기준 4위를 기록했다. 영화는 해외 출장 이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갑자기 숨진 여자의 몸 안에 있던 변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과정을 그린다.

2013년 선보인 김성수 감독의 ‘감기’는 6위에 올랐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도시폐쇄를 결정하고, 격리된 사람들이 아비규환 속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이들 두 작품은 왓챠플레이에서도 흥행 역주행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말만 해도 100위권 밖에 있던 영화들이 상위권으로 뛰어올랐고, ‘컨테이젼’은 수일간 1위를 유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