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가파르게 확산하면서 제주지역 민간 경기 심리가 바짝 얼어붙고 있다. 25일 현재 제주지역 확진자는 2명이지만, 자고 나면 수십 명씩 늘어나는 국내 상황에 관광업계는 물론 학원 교습소와 같은 비연관 업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국에 893명이다. 하루 사이 60명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1월 20일 첫 발생 후 지난 19일부터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제주에서는 20일 대구를 다녀온 현역 군인이 첫 양성 판정을 받으며 25일 현재 2명이 확진자로 분류됐다.
제주도는 지난 17일 제주에 확진자가 없고 국내 확산세가 주춤하자, 국내 관광객을 중점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바이럴 마케팅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4일 무사증 잠정 중단으로 중국인 입도객이 급감함에 따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 업계를 국내 관광객으로 회복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대구에서 해외 여행력이 없는 31번째 국내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 이 환자가 예배를 본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다. 청정지역이던 제주에도 양성 판정자가 나오면서 전국에 지역 감염 위기감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3~16일 하루 2만5000명 이상 들어오던 국내 제주 입도객들이 24일에는 1만6000명대로 1만명 가까이 떨어졌다. 14~16일 80%를 넘겼던 제주-국내선 항공 예약률도 절반을 못 채우며 크게 하락했다.
지난 17일 제주도가 내놓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에는 불과 1주일 만에 1575명(624억원)이 몰리면서, 제주도는 접수 방식을 당초 방문 접수에서 온라인 사전 예약 방식으로 급히 변경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1년간 지출된 특별경영안정자금이 41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관광업계와 무관한 업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가 지역사회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모든 학교와 유치원이 개학을 일주일 연기하고 모든 어린이집에 대해 전면 휴원 명령이 떨어진 가운데 24일 현재 제주지역 학원(1116곳 중 313곳)과 교습소(418곳 중 130곳)의 30%가 휴원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학원 관계자들은 “학부모 설명회가 모두 취소되면서 신학기 원생 모집이 어렵고, 등록을 예정했던 아이들도 대부분 취소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전했다.
헬스장과 키즈카페, 문화 강좌, 공연장 등 주로 도민이 이용하는 장소들도 이용자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