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등급인 3단계 ‘경고’(Warning)로 격상했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 전파 단계에 이르자 이틀 만에 재차 여행경보 등급을 상향했다. 미국 CDC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국가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사실상 중국에 버금간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CDC는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며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자제토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CDC는 “노인과 만성질환자는 심각한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한국 내) 감염 지역에서는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CDC는 지난 22일 한국 여행경보를 2단계 ‘경계’(Alert)로 올린 지 이틀 만에 최고 등급으로 상향했다.
CDC는 부득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야 할 경우 감염자와 접촉을 삼가고 청결치 못한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노인과 만성질환자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 의사 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 비누와 물을 사용해 20초 이상 손을 씻거나 알코올 함량이 60~95%인 세정제를 사용해 항상 손을 청결히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식사 전,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코를 푼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CDC가 여행경보를 3단계 경보 등급으로 지정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 베네수엘라 3개국이다. 이들 중 코로나19 때문에 최고 등급으로 묶인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이다. 베네수엘라는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초 3단계로 지정됐다. 이틀 전 한국과 함께 2단계로 상향됐던 일본은 변동이 없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 중인 이탈리아와 이란도 2단계에 머물고 있다.
CDC와 별도로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는 한국을 여전히 2단계로 지정하고 있다. 국무부는 지난 22일 한국 여행경보를 4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강화된 주의 실시’로 상향한 바 있다. CDC가 이날 한국의 여행경보를 3단계로 올리면서 국무부도 조만간 한국 여행경보를 재조정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무부는 지난 2일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 금지’에 해당하는 4단계로 지정했다.
일본 정부는 대구와 경북 청도에 ‘불필요한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감염증 위험정보 2단계를 내렸다. NHK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구에서 격리 조치와 집단 행사 자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경북 지역의 특정 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 정부 및 관계 기관과 협조 하에 정보를 수집해 주의를 환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에 감염증 위험정보를 발령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전역과 저장성 원저우에 대해 ‘여행 금지’에 해당하는 3단계를 내렸다. 두 지역을 제외한 중국 전역은 2단계로 지정했다. 일본 외무성의 감염증 위험정보는 총 4단계로 이뤄져 있다. 가장 높은 4단계는 지역 내 자국민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대피 권고’다.
홍콩 정부도 한국에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25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했거나 최근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비홍콩인의 입경을 금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