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야생동물 거래 시장 90조원 규모…‘거래 금지’로 사라질까

입력 2020-02-25 13:44
중국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는 야생동물.웨이보영상캡처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매개체로 지목된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키로 함에 따라 5200억 위안(약 9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이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4일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먹는 구습을 뿌리뽑고, 인민 군중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인대 입법위원회의 양허칭은 “거래 및 소비 금지 대상은 법으로 보호받는 야생동물과 다른 육지동물, 농장에서 사육되는 육지 야생동물이 포함된다”며 “육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냥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수생 동물, 가축, 가금류, 또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사육돼 온 동물들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과학적 연구나 의학적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허베에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에서 인간 숙주로 전이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확산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는 악어와 고슴도치, 사슴 등 야생동물이 판매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 세계적으로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중국의 사향고양이 소비와 관련이 있었다.
코로나19 발원지 우한 화난수산시장 야생동물 차림표.

중국 공정원이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야생동물 거래 및 소비와 관련된 산업은 5200억 위안(약 9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야생동물 소비 및 거래와 관련된 분야에 1400만 명 이상의 인력이 일하고 있어 상당한 규모의 산업 사슬이 형성돼 있다.

야생동물 산업계 종사자의 절반 이상인 760만 명이 모피와 가죽 생산·거래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산업 규모는 3900억위안(약 67조 원)에 이른다.

또 약 620만 명의 인력이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이나 동물을 식용 등으로 가공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 빈곤 지역에 속하는 구이저우성이나 광시성 같은 곳에서는 야생동물 사육이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민대 저우커 교수는 “야생동물 관련 분야가 중국에서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아 그동안 산업 체인을 끊는 방식의 규제를 하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거래와 소비가 금지되고 수요가 감소한다면, 아무도 야생동물을 키우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허칭은 “야생동물 거래 금지 결정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들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사육 농가를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