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지사직 수행과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사이에서 공직선거법의 경계를 아슬아슬 줄타기하고 있다.
지난 4일 ‘피자 돌리기’와 ‘죽 판매’ 논란으로 검찰에 고발된 지 2주 만에, 이번에는 미래통합당 회의에 참석한 사진과 발언 내용이 제주도청 프레스센터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도선관위는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제주도 공보관실은 지난 17일 제주도청 프레스센터 자료실에 ‘미래통합당 1차 최고위원회 원희룡 지사 현장 워딩’이란 제목의 자료를 게시했다.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1차 최고위원회 회의에 원 지사가 참석해 발언한 내용과 사진이 실렸다.
워딩에서 원 지사는 “정권이 대놓고 막 나가는 것은 야당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닌가”라며 “우리부터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국민들이 더 크게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미래통합당 출범의 의미를 알렸다. 원 지사가 황교안 대표 등과 만나 회의실로 이동하고, 회의하고, 결의하는 6장의 사진도 첨부됐다. 2017년 새누리당 탈당 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당적을 갖게 된 원 지사의 중앙정치 복귀 첫걸음을 담고 있는 내용인 셈이다.
문제는 원 지사 개인의 정당 활동을, 도청 프레스센터라는 공식 창구를 통해 언론과 공유했다는 점이다. 공보관은 “기자들이 원해서 올려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사의 개인적인 활동에 공보실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일차적인 판단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선거 60일전(2020년 2월 15일)부터는 자치단체장이 정당이 개최하는 일체의 정치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제한(당원으로서 단순 참여 제외)하고 있다. 선거에서 지역 자치단체장의 행보가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원 지사가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으로서 일부 제한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보실에서 지사의 개인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와 위반 주체를 판단하기 위해 게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올 초 도내 한 취업 교육기관에 피자를 돌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모 업체의 죽을 판매해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수 강세지역과 수도권 경합지역의 양편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한다. 비록 제주도에 있지만 제주도민들의 민심과 함께 지원하고 역할을 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선관위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직을 수락한 직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직 지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아닌 정당 활동의 범위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3일만에 원 지사의 정당 활동 내용이 도청 공식 언론 창구에 올라오면서 선거운동과 정당활동을 구분하기 힘들 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를 현실화하게 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