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피겨스’ 모델, 캐서린 존슨 101세 일기로 별세

입력 2020-02-25 10:38
별세한 '히든 피겨스' 실제 주인공 캐서린 존슨의 모습이다. 1960년대 미 버지니아 주 나사 랭글리 연구센터에서 찍은 사진이다. 연합뉴스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프로젝트에 공을 세운 수학자 캐서린 존슨이 24일(현지시간)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는 이날 트위터 계정에 그의 부고를 올리고 “존슨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인종적, 사회적 장벽을 깨부순 탁월한 유산을 남긴 그녀의 삶을 찬미한다”고 업적을 기렸다. 그러면서 “존슨의 일대기와 그가 보여준 품위는 전 세계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은 1960년대 나사의 우주개발 초창기를 이끈 선구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흑인 여성으로서 최초로 웨스트 버지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수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나사에서 로켓 발사체의 궤도를 계산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존슨은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와 인류의 위대한 도약으로 평가받는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폴로 계획’에 참여해 로켓과 달 착륙선의 궤도를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미국인 최초로 지구궤도를 돈 우주비행사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은 당시 우주선 궤도를 계산했던 컴퓨터를 신뢰하지 못해 존슨에게 숫자를 체크하게 하라고 했고 이 일화는 영화 ‘히든 피겨스’의 명장면이 됐다.

그러나 그는 흑인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을 받았다. 그의 업적도 묻혀있다가 ‘히든피겨스’라는 소설과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60여년 만에 재조명받았다.

차별 속에서도 굳건했던 존슨은 훗날 2008년 NASA 강연을 통해 “우리 아빠는 ‘네가 이 마을의 누구나처럼 착하게만 굴면 나아질 게 하나도 없단다’라고 저희를 훈육하셨어요. 열등감 따위는 하나도 없었어요. 누구나처럼 착하게 굴었으면 나아질 게 없지요”라고 털어놨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11월 백악관에서 캐서린 존슨에게 ‘자유의 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존슨은 우주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시민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존슨의 타계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별에 닿기 위한 평생의 노력 끝에 오늘 캐서린 존슨이 그 별 중 한 곳에 착륙했다”며 “수십 년간 숨겨진 인물로 살아오면서 장애물을 허물었고 말년엔 나와 미셸(오바마)을 포함해 수백만 명에게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그녀의 계산이 미국인을 우주에, 지구궤도에, 그리고 종국에는 달을 걷게 하는 일을 도왔다”고 존슨을 추모했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