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행사 ‘양회’ 연기,개혁개방후 처음…시진핑 리더십 타격

입력 2020-02-24 19:32
지난해 3월 5일 열린 양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연기됐다. 양회가 연기된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중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인 양회까지 연기됨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24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베이징에서 열린 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16차 회의에서 13기 3차 전인대를 연기한다고 결의했다. 전인대는 당초 3월 6일 열릴 예정이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연기를 확정했지만, 이후 전인대 개최 날짜는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이 양회 일정을 연기한 것은 1978년 이후 양회가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의 양회 연기 결정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발병지 우한을 중심으로 한 후베이성에서는 여전히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회 기간에 전국 각지에서 인민대표와 정협 위원 등 최소 5000여 명이 모이는 전국 규모의 행사를 열었다가 다시 수도 베이징에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후베이성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데, 양회 때문에 주요 인사들이 지역을 비운다면 심각한 방역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수천명이 마스크를 쓰고 베이징에 모여 회의를 하는 장면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중국은 1995년 이후 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3월 3일 개최하고, 전인대를 3월 5일 개최해왔다. 이런 관례가 26년 만에 깨졌다. 또 양회가 3월 이후로 연기된다면 1985년(3월25일∼4월10일 개최) 이후 유지되던 3월 내 개최 관례도 깨지게 된다.

양회는 1959년 처음으로 정협과 전인대가 함께 개최된 이후 중국 최대 정치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후 비정례적으로 개최되던 양회는 문화대혁명(1966∼1976) 시기 잠시 중단됐다가 1978년 개혁개방을 기점으로 매년 개최됐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양회 개최 연기 외에도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상무위원회는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먹는 구습을 뿌리 뽑고, 인민 군중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CCTV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야생동물로 만든 요리를 먹는 식습관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면서 “이는 공중위생 안전에도 커다란 위협이 됐다”고 지적했다.

CCTV에 따르면, 중국의 현행 야생동물 보호법 상에는 국가에서 지정한 중요 야생동물과 불법적인 유통과정을 거친 야생동물만 식용이 금지돼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전체 야생동물로 식용 금지 범위가 확대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