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220쌍의 ‘마스크 키스’…코로나가 만든 진풍경

입력 2020-02-25 00:08
지난 20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바콜로드에서 치러진 합동결혼식에서 혼인이 선언되는 순간 마스크를 쓴 수백명의 예비부부들이 일제히 입을 맞추고 있다. 영국 메트로 캡처

필리핀의 한 합동결혼식에서 수백명의 예비부부가 혼인이 선언되는 순간 마스크를 쓴 채 일제히 입을 맞추는 모습이 연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지난 20일 필리핀 중부 바콜로드에서 치러진 합동결혼식에 참석한 220쌍의 예비부부는 마스크를 쓴 채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이 합동결혼식은 바콜로드 시 정부가 관공서에서 매년 주최하는 전통 행사로 지난 2013년에는 2000쌍 이상의 부부가 연을 맺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날 참석한 예비부부들로부터 14일간의 여행 기록을 제출받았다. 또 결혼식장 입장 전 예비부부들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받은 것은 물론 모두 체온을 측정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 존 폴(39)은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마스크를 끼고 키스를 하는 건 난생 처음”이라며 “몹시 붐비는 공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마스크를 쓴 이색적인 결혼식의 주례를 선 에벨리오 네오나디아 바콜로드 시장은 “가족이 강할 때 바콜로드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바콜로드에서 치러진 합동결혼식에서 주례를 선 에벨리오 네오나디아 바콜로드 시장(맨앞 가운데). 영국 메트로 캡처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