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4일 8명으로 늘었다. 숨진 8명 가운데 6명이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여서 추가 희생자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예방의학 전문가는 “청도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은 감염병의 3요소인 호스트(host·환자), 환경(environment), 에이전트(agent‧매개체) 특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사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신과병동의 경우 코호트 격리(통째 격리) 치료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경북도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에 이송돼 치료받아오던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1명(67세 남성)이 이날 오후 사망했다. 8번째 코로나19 희생자다.
앞서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62세 남성이 전날 숨져 7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첫 번째(63세 남성‧사후 확진), 2번째(55세 여성), 4번째(57세 남성), 6번째(59세 남성) 사망자도 청도대남병원 입원환자로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중증 폐렴 치료를 받아오다 숨졌다.
청도대남병원 확진자는 이날까지 113명이다. 그중 100명 정도가 정신병동 입원환자다. 정신병동 환자 거의 대부분이 감염된 걸로 파악됐다. 입원 환자들은 조현병(옛 정신분열병), 알코올의존증 등을 앓는 이들이 대다수다. 극빈층의 의료급여 환자들이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곳 정신병동에는 10년, 20년 장기 입원한 만성적인 정신질환자들이 많아 면역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또 정신질환 자체가 혼자 지내기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싫어해 신체적으로도 약하다. 발열이나 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어도 표현을 잘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1인의 의사가 60명 이상의 환자를 케어해야 하는 정신전문기관의 특성상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도 꼼꼼한 체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급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때 감염자를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짧은 시간에 중증 폐렴으로 진행돼 사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학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첫 번째 사망자의 경우 정신과병동에서 20년간 입원해 온 환자였다. 그럼 안 봐도 뻔하다. 정신질환자들을 오랫동안 수용해 놓고 의료적 처치는 제대로 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의료 사각지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염병 발생의 3요소는 ‘호스트, 환경, 에이전트’인데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세 요소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면역력이 취약한데다 아프다고 얘기도 잘 못하는 정신질환자들, 환기가 잘 안 되는 폐쇄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환경, 그런 상황에서 (추측컨데)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의 ‘불특정 감염원(매개체)’이 들어와 비말(침방울)이든 접촉 감염 형태로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뿜어냈고 취약한 환자들의 호흡기에서 바이러스가 부스팅(증폭)돼 중증 폐렴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중대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15일 전후부터 감염이 일어났다고 판단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면역 상태가 좋지 않은 장기 입원환자들 중심으로 폐렴으로 확산했다. 그 중 일부는 급성기에 치료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됐다”면서 제때 이뤄지지 않은 치료가 사망자 속출의 원인임을 간접 시사했다.
정 본부장은 “남아 있는 환자들 중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치료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청도대남병원 정신과병동 확진자들의 ‘1차 감염원’으로 간호사 등 의료진이나 직원, 외부 방문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병원측에 따르면 정신과병동 입원 환자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 사이에 외박 8회, 외진 5회, 면회 12회 합계 25회의 외부 접촉 기록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입원 환자들로 인한 병동 내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도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해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은 신체와 정신질환에 대한 케어를 동시에 해야 한다”면서 “통채 격리된 정신과병동에 이를 위한 시설이나 인력, 물자가 충분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증인 일부 환자를 다른 음압치료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고 있으며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진을 청도대남병원에 파견해 치료를 돕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도대남병원은 코호트 격리할 환경이 되지 않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은 창문이 작고 잘 열리지 않기 때문에 환기가 되지 않는데다 온돌방 구조로 다인실이 이어져 있어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한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이미 바이러스가 퍼진 폐쇄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코호트 격리를 하는 건 사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경이 경증 환자를 중증 환자로 만들 수 있다.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