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에서 남편과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2일 지인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카페가 ‘신천지 위장카페’로 지역 온라인 맘카페(육아카페)에 이름이 올라있다는 소식이었다. 맘카페 게시글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신천지 위치알림’에 올라있는 장소를 그대로 복사한 내용이었다. 지인이 알려주는대로 앱을 내려받아 실행시킨 A씨는 자신이 서 있는 카페 안이 신천지 모임장소라고 화면에 표시되자 기겁했다. A씨는 “이 장소에서만 7년을 고생하며 운영해온 가게인데 당황스럽다”고 울먹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 신천지가 ‘슈퍼 전파자’로 주목을 받으면서 사설 웹사이트, 앱과 맘카페 등을 통해 신천지 모임장소의 명단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해당 앱은 한 목사가 2015년 개설된 ‘신천지문제 전문상담소’라는 사설 웹사이트에 올린 정보를 바탕으로 약 6개월 전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전파로 신천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용자가 폭증했고, 여기 오른 신천지 모임장소 리스트는 전염병 관련 정보에 민감한 각 지역 맘카페에 그대로 내용이 전파됐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위치에 찍힌 건물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원본 리스트는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형 수학학원 역시 같은 피해를 입었다. 수강생 5000명이 넘는 이 학원은 23일부터 일주일간 휴원을 결정했다. 확장을 위해 임대를 해놓고 입주를 눈앞에 둔 건물이 동일한 앱에 ‘신천지 모임장소’로 뜨면서였다. 맘카페 등을 통해 ‘복붙’된 정보가 순식간에 퍼진 뒤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정보는 포털에 직접 수정요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장 B씨는 “앱을 업데이트 해봤자 이미 복사된 정보가 맘카페에 다 퍼져있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휴원 때문에 발생한 손실만 수억원은 된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역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서울 동작구 C병원 관계자는 “맘카페들의 특성상 회원가입 자체가 폐쇄적이라 댓글도 달지 못하고 일일이 쪽지를 보내 수정·삭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법적 자문을 구해봤지만 피해규모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허위정보로 인해 지역 사회가 생업 활동에 장애를 겪고 있다”며 코로나19 허위정보 유포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해당 사건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삭제와 차단 요청 등을 적극 조처하겠다”면서 “혐의 유무를 가려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