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추경 필요성’ 공식 언급
정치권에서는 10조원 이상 요청
역대 10조원 이상 대규모 추경
세수부족분 등 메꾸는 세입경정 포함
세입경정 포함시 실제 ‘순지출’ 규모는 감소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을 언급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추경이 공식화되고 있다. 관심은 규모다. 정치권에서는 10조원 이상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세입경정 여부가 규모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 편성시 세수 부족분 등을 메꾸는 세입경정을 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인 ‘순지출’은 그만큼 감소한다. 따라서 역대 추경 편성 규모를 보면 세입경정 포함 시 ‘10조원 이상’, 세입경정 미포함 시 ‘10조원 미만’의 모습을 보였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은 세입경정을 포함한 총 12조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추경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심은 추경 규모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때 총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여야는 이를 참고해 10조원 이상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추경은 전체 규모가 모두 지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추경에는 세입경정과 순지출이 함께 담길 수 있다. 세입경정은 국가의 수입을 조정하는 행위다. 세입경정한 돈은 세수 부족분 보충, 지방교부금 정산, 국채상환 등으로 다시 국가의 수입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메르스 때 추경은 총 11조6000억원이었지만, 5조4000억원은 세수 부족분을 메꾸는 ‘세입경정’으로 쓰였다. 나머지 6조2000억원만 ‘순지출’로 메르스와 경기 대응에 투입됐다. 결국 실제 메르스·경기대응 예산은 6조2000억원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세입경정을 하는 건 추경을 할 만큼 경제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수입 부분도 늘리거나 줄이는 조정을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10여년간(2009~2019년) 편성된 7번 추경을 보면 5번이 세입경정을 했다.
그리고 세입경정을 포함할 경우 추경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커졌다. 세입경정을 한 5번의 추경 규모는 11조~28조원이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줄기 때문에 총 규모를 그만큼 키운 것이다. 반면 최근인 2018~2019년 추경은 모두 세입경정이 없었으며, 이로 인해 총 규모가 10조원 미만이었다. 총 규모를 모두 순지출로 쓸 수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추경도 세입경정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예측은 엇갈린다. 아직 연초라 올해 세수 부족분을 미리 예측해 세입경정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세수 부진이 깊어질 수 있어 세입경정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랏빚’ 문제도 세입경정 여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세입경정을 하려면 총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이번 추경은 쓸 재원이 넉넉하지 않다. 총 규모가 커지면 ‘빚’도 그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정부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을 많이 내서라도 세입경정과 순지출을 모두 포함한 ‘대규모 추경’을 하는 방법과 빚을 다소 적게 내고 세입경정을 뺀 ‘순지출 알짜 추경’을 하는 방법이다. 예외적으로 상황이 매우 심각해진다면 세입경정도 없는 ‘대규모 추경’이 나올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10조원 이상 시행된 추경은 대부분 세입경정이 포함된 것”이라며 “이번 추경 편성과 세입경정 여부, 총 규모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