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주춤, 경제 정상화 잰걸음…농민공 복귀에 ‘인센티브’

입력 2020-02-24 17:22
중국 산동성 지난시 시내에 차량 통행이 늘어나는 등 점차 정상화되는 모습.신화연합뉴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지자 중국 지방 정부와 기업들의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한 달 전 허베이성 우한에 내려졌던 봉쇄령은 일부 해제됐고, 지방 정부와 기업들은 경제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매체는 한국 등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가들에게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훈수도 뒀다.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는 봉쇄령으로 발이 묶여있던 외지인들이 도시 밖으로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상주인구 1100만 명의 우한은 지난달 23일 항공과 철도, 도로 교통이 차단되고 도시 밖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면서 봉쇄 상태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왔다.

우한시는 이날부터 도시 운영이나 특수질병 치료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나 우한 이외 지역 거주자는 의심 증세 없이 신체가 건강하면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확진환자나 의심환자, 발열환자, 밀접접촉자, 퇴원 후 의학 관찰 상태인 환자 등은 나갈 수 없다. 우한 시내의 거주단지 및 마을의 24시간 폐쇄식 관리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상하이의 자동차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AF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우한 외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3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409명과 150명 늘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중국 전체 누적 확진자는 7만7150명, 사망자는 2592명으로 집계됐다.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는 398명, 사망자는 149명 각각 늘었다. 후베이성 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11명, 사망자는 1명으로 급감했다. 수도 베이징은 이틀째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후난성, 톈진시 등 24개 지역에서도 신규 확진자는 없었다.

이에 따라 광둥성, 산시성은 공중위생 사건 대응 단계를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고, 간쑤성, 랴오닝성, 윈난성, 구이저우성도 1급에서 3급으로 대응 단계를 낮췄다.

중국 지방 정부와 기업들도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 안후이성 성도인 허페이 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때 고향에 간 농민공들의 복귀가 늦어지자 개점 휴업 상태인 식당, 호텔 등 서비스업 노동자를 제조업체에 임시로 보내는 ‘공유 노동자’ 방식으로 인력난 해소에 나섰다.
중국 우한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AFP연합뉴스

저장성, 푸젠성 등 중국 지방 정부들은 구이저우나 윈난, 간쑤 등에서 농민공을 데려오기 위해 특별 교통편을 마련하고, 조기 복귀한 농민공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헤이룽장성도 농민공이 많은 농촌 지역에 ‘특별 열차’를 보내도록 했다.

저장성 원저우시는 처음 오는 농민공에게 1000위안(약 17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광둥성 둥관시는 직업소개소가 관내 기업에 인력을 1명 추천할 때마다 700위안(약 12만 원)의 인센티브를 준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은 최근 선전의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농민공 복귀가 늦어지자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섰고, 조기 복귀하는 일부 직원에게 3360위안(약 58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따라 산둥성의 주요 기업 공장 가동률이 79.4%로 올라섰고, 장쑤성도 공장 가동률이 75%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을 재가동했다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공장 문을 다시 닫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베이징의 생산(香山)과 이화원, 올림픽공원이 행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극심한 차량정체까지 당국이 인근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통제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텅 빈 대구국제공항.YNA연합뉴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과 일본 등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가들에게 좀 더 강력 조치를 조기에 시행하라고 조언했다.

신문은 이날 자 사설에서 “각국이 우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며 “코로나19는 잠복기가 있어 속기 쉽기 때문에 각국은 바이러스의 은밀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더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구시보는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앞길을 차단해야지, 바이러스의 꽁무니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