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이세영이 많더라고요. 스포츠 쪽 진로를 꿈꾸다 좌절했던 분들에게 이세영 팀장을 보면서 다시 달릴 힘을 얻게 됐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보람있었죠.”
2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은빈(28)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촬영하며 뿌듯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브라운관에선 이색적인 야구 소재로 19%(닐슨코리아)를 넘긴 스토브리그는 박은빈에게도 특별한 극이었던 셈이다. 야구 구단 이야기로 스포츠를 모르는 이들까지 사로잡은 이 극에서 박은빈은 야구팀 드림즈의 최연소 팀장이자, 프로야구단의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 세영 역을 맡아 극 흥행을 이끌었다.
뚝심 있고 냉철한 세영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인물이기도 했다. 박은빈은 “세영이가 부숴야 하는 선입견을 연기하면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며 “아무래도 극에서 남자 캐릭터가 해결사 면모를 자주 보이는데, 이번엔 그런 클리셰를 깨도 좋을 것 같았다. 세영을 냉철하면서도 포용적인 인물로 그리려 했다”고 전했다. 실제 성격에 대해서는 “(세영처럼) 배트를 휘두르진 않지만, 속에 단단한 무언가가 있는 외유내강형”이라고 덧붙였다.
야구를 잘 몰랐다는 박은빈은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 경기를 보고, 야구 관계자들을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듬어나갔다. 이날 인터뷰 때도 그의 앞에는 캐릭터 연구 과정을 담은 두꺼운 노트가 놓여있었다. 온라인에서 줄곧 회자됐던 세영의 스타일링도 꼼꼼히 신경 쓴 결과였다. 박은빈은 “치마나 높은 구두 대신 활동성 높은 옷과 신발을 골랐다”면서 “세영이란 인물이 현실적으로 보이길 바라면서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박은빈은 어느덧 20년 넘게 연기에 몸담고 있다. JTBC ‘청춘시대’(2016) 등 여러 작품에서 특유의 활달한 이미지로 팬들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세영은 ‘인생 캐릭터’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은빈은 “비슷한 인물이어도 차별화를 고민한다. 이제는 세영과는 또 다른 결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완전 정반대 얼굴의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였다.
“어릴 적부터 훌륭한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배울 점들을 제 안에 차곡차곡 쌓아왔어요. 저 역시 후배들에게 배우고 싶은 선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지금의 제 롤모델입니다(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