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긴급 이사회가 열린 24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사무국 회의실. 이사 12명이 둘러앉았어야 할 회의실 탁자에 대구FC 조광래 단장의 자리가 비워졌다. 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곳이다. 정부는 대구·경북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조 단장은 지금 대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맹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이사회에 불참했다고 한다. 조 단장은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서울로 어떻게 가겠는가. 대구에 있어야 한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외출도 못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행사가 많은데, 우리 임·직원들은 참석도 못하고 있다.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연맹은 앞서 지난 21일 K리그 대표자 회의에서 오는 29일 대구(대구-강원), 3월 1일 경북 포항(포항-부산)에 편성했던 개막전 2경기를 우선 순연했다. 대구는 지난해 K리그 ‘흥행 대박’을 주도한 구단이다. 축구 전용으로 홈구장을 신축하고 화끈한 경기를 펼치면서 평균 관중 1만734명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305.1%나 급증한 숫자다.
지난해의 흥행을 올해로 이어갈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조 단장은 단호했다. 그는 “관중은 물론이고 선수단·프런트를 감염병의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 연맹 이사회에 앞서 대구 개막전이 가장 먼저 연기됐다”며 “권영진 대구시장이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해 달라고 수시로 당부하고 있다. 프로 구단도 국민의 일원이 아니겠는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유료 관중 237만명을 동원해 5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올해 봄맞이를 준비하던 K리그는 코로나19의 ‘한파’에 휘말렸다. 연맹은 이날 이사들을 긴급하게 소집해 29일과 3월 1일 인천, 울산, 광주, 전북 전주에서 개최를 준비했던 나머지 개막전 4경기의 연기를 의결했다. 연맹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무기한 연기라는 얘기다.
개막전 모든 경기 순연은 1983년에 출범한 K리그 사상 초유의 일이다. 초봄까지 이어진 폭설로 개막전 일부 경기가 순연된 적은 있지만 전 경기를 연기한 사례는 없다. 코로나19 확산세가 1주일을 넘겨서도 진정되지 않으면 3월 7~8일로 편성된 2라운드와 그 이후의 경기도 차례로 취소될 수 있다.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개막전 미디어데이는 취소됐다.
연맹 관계자는 “38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 일정도 활용할 생각”이라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K리그 팀에 코로나19 검·방역을 위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