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한국인 입국 금지’…방역은 주권사항이라 뾰족한 수 없어

입력 2020-02-24 18:00
이라크 나자프 공항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검역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이란에서 입국하는 여행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정부는 각국 주한 공관을 대상으로 설명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하지만 방역 문제는 각 나라의 주권 사항이어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가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이라고 24일 밝혔다. 입국 절차를 강화해 자가 격리 등 제한 조치를 시행한 국가는 카타르와 영국 등 9개국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34명이 병원에 격리됐다. 모리셔스 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두바이를 경유해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4명 중 감기 증상을 보이는 입국자가 있어 입국 허가를 보류했다. 이후 진단을 위해 34명 전원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외교부는 사전 협의 없이 시행된 모리셔스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국 보류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엄중하게 항의했다. 다만 모리셔스는 한국인에 대한 공식적인 입국 금지 조치는 아직 시행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24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해외 관광을 하려는 우리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도 손상될 전망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정부는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방역 및 외국인 출입국은 주권 국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정부는 주한 공관을 상대로 설명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한 공관에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방역 대책 등을 정확히 알려 과도한 불안감 조성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외교부는 각국 현지 공관과 외교 채널을 활용해 한국에 대한 과도한 입국 금지 시행을 막고, 한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에 여행경보 4단계 중 2단계(강화된 주의 실시)를 발령했다. 미국인의 한국 여행 및 한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지는 않았으나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