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업계의 전문경영인들이 ‘역대 최다 매출’을 기록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양대 포털인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다음 달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 체제를 이어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가 지난해 매출 3조원 돌파 실적에 힘입어 재신임이 유력하다. 이들의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로,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정식으로 확정될 경우 2014년 다음과 합병 이후 대표이사 임기를 연장한 첫 사례가 된다. 카카오는 25일 이사회에서 두 공동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두 대표는 2018년 3월 ‘카카오 3.0’을 선언하며 취임했다. 여 대표는 2016년 8월 광고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카카오에 합류해 카톡 내 광고인 ‘톡보드’ 등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광고 플랫폼 출범을 주도했다. 톡보드는 현재 하루 평균 5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6년 12월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카카오에 입사해 신사업 분야를 이끌었다. 카카오뱅크·카카오T·카카오미니 등이 출범할 당시 브랜드 런칭과 사업 전략 마련 등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정보통신(IT) 업계는 사업 분야와 관련 기술의 변화가 빠른 만큼 수장의 임기도 길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앞서 합병으로 출범한 다음카카오의 첫 수장인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와 후임인 임지훈 카카오 대표 모두 단임으로 물러난 바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도 현재 두 공동대표에 신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 역시 이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연임 배경에 대해 한목소리로 ‘경영 실적 개선’을 꼽는다. 2017년 당시 연 2조원에 못 미치던 카카오의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또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신사업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로 영업이익도 2066억원으로 24.9%나 뛰어올랐다. 당분간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네이버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곧 3년 임기가 끝나는 한성숙 대표도 연임이 유력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3월 그가 취임한 이후 연 매출이 2016년 4조원에서 지난해 6조원을 돌파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어냈다.
네이버는 전임 김상헌 대표가 8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적이 있는 만큼 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다음 달 중 이사회를 열어 한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올해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통장, 신용카드, 보험까지 금융 서비스를 확장해 종합자산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또 다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협력 시너지 역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포털업계가 중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전략을 짜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전문경영인들의 임기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