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트럼프 지원설’과 ‘러시아의 샌더스 지원설’ 동시 제기
CNN “러시아 특정후보 지원설 입증할 증거없어”
CNN “트럼프 지원설은 브리핑했던 정보당국자 실수”
트럼프 “샌더스 지원설은 샌더스 원치 않는 민주당 주류의 음모”
백악관 안보보좌관, 미 대선 개입 가능 국가에 북한 거론
러시아가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공작을 펼칠 것이라는 이른바 러시아의 ‘대선 개입설’이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의 대선 개입설은 매우 특이하다. 상반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비밀리에 돕고 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승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번 대선에서 맞불을 가능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과 샌더스 상원의원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설’에 휘말린 것이다.
이에 대해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 또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선 승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설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입증할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트럼프 지원설’은 미 정보당국에서 대선을 총괄하는 셸비 피어슨이 지난 13일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우려 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앉혔다.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선거캠프와 트럼프 당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특검 수사까지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러시아 굴레에 빠질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러시아의 ‘샌더스 지원설’은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WP는 21일 “러시아가 민주당 경선에 개입하기 위해 샌더스 캠프를 도우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NN은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트럼프 지원설이 제기된 것은 브리핑을 진행했던 피어슨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세 명의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인용해 피어슨이 러시아 개입설을 과장했으며 중요한 뉘앙스를 생략했다고 전했다. CNN은 브리핑을 받던 하원의원들이 피어슨에게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돕는지에 대한 결론을 강요해 빚어진 일이라는 해명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CNN은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올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할 수 있는 지도자로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은 이 두 가지 판단은 개별적인 것이며,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우려고 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샌더스 지원설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CNN은 “러시아가 대선에서 샌더스의 승리를 원한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미 정보당국은 샌더스에게 러시아가 민주당 경선에서 그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CBS방송도 “미 정보당국이 한 달 전 샌더스에게 러시아 정부가 그의 선거운동을 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샌더스 지원설과 관련해 ‘민주당 음모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지원설에 대해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와 그 무리가 언론에 흘린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들은 버니 샌더스가 그들을 대표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샌더스가 대선 후보가 되기를 원치 않는 민주당 주류들이 샌더스를 흔들기 위해 러시아 개입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 중 하나로 북한을 거론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등 우리를 해치려 하는 누구도 우리 대선에 끼어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