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고소득층이 소비 성향의 하락을 주도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김대용 차장과 서정원 조사역은 24일 조사통계월보 2월호에 게재한 ‘최근 소비성향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기반으로 한 국내 가구의 소비성향 변동요인 조사에서 2000년대 들어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소비성향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경기침체 때를 제외하고 단기간 하락 후 바로 회복하던 과거 패턴과는 달랐다. 장기간 하락 후에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L’자형 모습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소비성향의 하락세는 50대 이상 가구와 고소득층 가구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내구재보다는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지출 항목이 전체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성향 하락 배경으로는 50대 이상 가구의 미래 기대소득 변화가 지목됐다. 보고서는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노후 소득원이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 50대 이상 가구를 중심으로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근 소비성향 변동은 인구 고령화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수준의 소비성향으로 복귀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풍요로웠던 ‘황금소비’ 시절이 다시 오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가구주의 연령이 높고, 소득이 적어지면 자산효과도 덩달아 낮아진다. 이는 ‘부의 효과’의 약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정책을 추진할 때 (50대 이상의) 미래소득에 대한 급격한 기대 변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