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되면서 문화예술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길이 끊긴 건 물론, 자체적으로 영화 개봉 일정을 연기·취소하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주말이면 붐비던 영화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22~23일) 동안 영화관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47만4979명에 불과했다. 직전 주말(15~16일) 관객 수인 120만8858명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조차 주말 이틀 동안 16만4405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개봉일 연기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커진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개봉일을 잠정 연기하고 언론시사회와 배우 인터뷰, 무대인사 등 관련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사냥의 시간’ 측은 “추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인 만큼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오는 3월 5일 개봉을 예정했던 ‘결백’(박상현)도 언론시사회와 배우 인터뷰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결백’ 측은 “급작스러운 취소로 인해 불편을 드리게 된 점 깊은 사과드리며, 추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내린 결정인 만큼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다만 개봉일 변경은 확정되지 않았고, 논의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개봉 예정이었던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제임스 파우웰·장 피에르)는 개봉일을 3월 26일로 변경했다. ‘인비저블맨’(리 워넬)은 당초 계획대로 26일 개봉할 예정이나 언론시사회는 취소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박혜령)과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스타 뚜루’(빅토르 모니코테·에두아르도 곤델)는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저마다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CGV는 전체 극장을 대상으로 방역·소독을 완료했으며, 롯데시네마는 확진자 동선 인접 1㎞ 이내 영화관에 소독을 실시하고 상황대응팀을 운영 중이다. 메가박스는 상암월드컵경기장점 등 지점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손소독제 5000병을 확보해 전국 200개 상영관에 긴급 지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