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덕?…외래종 하마 콜롬비아서 야생번식한 사연

입력 2020-02-24 12:38
연합뉴스

콜롬비아 마그달레나강 주변에 서식하는 하마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미국 ABC뉴스가 24일 보도했다.

본래 하마는 남아메리카의 토종 생물이 아니었다. 지난 1980년대 콜롬비아의 마약왕으로 군림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개인 공원 아시엔다 나폴레스에 개인 동물원을 만들면서 하마를 포함한 코끼리와 기린 등 이국적인 동물들을 들여온 게 시작이었다.

에스코바르가 1993년 사망하면서 동물원에 있던 동물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죽게 됐다.

그러나 아시엔다 나폴레스가 황폐해져 가는 동안에도 하마 4마리만은 오히려 야생에서 활발하게 번식했다. 주위에 강과 호수는 물론, 풀도 많은 데다 천적도 없어 하마 번식에 최적의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처음 4마리로 시작한 하마의 개체 수는 현재 80마리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에 먹이 주는 관광객들. 연합뉴스

아시엔다 나폴레스 뒷편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가는 길에 놓인 '하마 주의' 표지판

지금은 테마파크가 된 아시엔다 나폴레스에서 하마는 관광 상품이 됐지만 이따금 민가에 출몰하는 일이 발생해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로 아시엔다 나폴레스 뒤편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는 ‘하마 주의’ 표지판이 걸려있었다.

이 외에도 하마는 콜롬비아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연구에 따르면 외래종인 하마의 출연으로 이 지역 강물의 성분이 바뀌고 있다.

연구를 이끈 조너선 셔린은 AP뉴스와 인터뷰에서 “유해 조류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적조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며 “하마 개체 수가 이대로 증가하면 잠재적인 영향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콜롬비아 당국도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암컷 하마 한 마리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지만 거구의 하마를 유인해 마취 후 수술을 진행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의 두꺼운 피부와 지방, 근육을 자르는 데만 3시간이 필요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콜롬비아 환경 당국의 지나 세르나는 하마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돈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