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총선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최소화하거나 잠정 중단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대로라면 선거운동 없이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우리 당은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일주일이 위기 극복의 중요 분기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환산되면서 전국 각지 예비후보들은 총선을 50일 남짓 남겨두고 선거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야는 앞서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들과 악수하거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여는 등 유권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은 자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상황의 진전에 따라 선거운동 전면 중단 등 추가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유권자들이 피하고 싫어한다”고 말했다.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도 ‘일단 멈춤’ 상태에 돌입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출근 인사 일정도 취소한 채 최소한의 비공개 일정만 이어갔다. 이 전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 “종로구민을 뵙고 싶지만,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접촉에 주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신 이낙연캠프는 유튜브 채널인 ‘이낙연 TV’를 시작했다. 이 전 총리의 경쟁 상대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지난 주말 동안 선거운동 일정을 미루고, 예배도 온라인으로 보는 등 유권자와 대면 접촉을 줄였다.
여야 예비후보들은 대면 접촉 방식의 고전적 선거운동 대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퇴근 인사 등 유세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각 지역구별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안전수칙을 공유하는 식이다.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힘을 보태거나 헌혈 캠페인을 펼치는 예비후보들도 눈에 띈다. 김대식 통합당 부산 해운대을 예비후보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곳을 찾아가 소독제를 뿌리는 방역 활동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했고, 박수영 통합당 부산 남구갑 예비후보는 지지자 30여명과 함께 헌혈에 동참했다.
현역 의원들보다 인지도가 낮은 원외 예비후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현역 의원과 경선을 준비 중인 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들은 원래부터 현역 의원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운동을 펼쳐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더 불리해진 상황”이라며 “유권자 접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얼굴을 알리고 싶어도 알리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다른 예비후보도 “온라인 ‘공중전’이 가능한 것도 현역 의원 등 유명인들”이라며 “현역 의원들은 당원 명단이나 연락처도 갖고 있으니 훨씬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가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미 선거운동의 상당 부분이 대면 접촉보다 온라인으로 옮겨져 온 상황”이라며 “다만 코로나19가 투표율을 낮추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 신인들이 불리한 지점은 조금 있을지 몰라도 최종적인 당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