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인광고 내용 허위라도 사업정지는 부당”

입력 2020-02-24 12:26

직업정보 제공 사이트에 올라온 업체명과 주소, 전화번호가 실제와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사이트 운영사에게 사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직업정보 제공 사이트 운영자 A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사업 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A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구인광고를 확인한 결과 6곳이 사업장 주소지나 광고를 등록한 사람의 이름, 연락처 등을 허위로 적은 사실을 파악했다. 일부 주소는 존재하지 않았고, 공원부지가 주소로 돼 있기도 했다. 이를 파악한 고용노동부 측이 전화를 걸자 등록한 사람의 이름이 다르거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A씨가 직업안정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며 사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직업안정법 시행령은 ‘직업정보 제공 사업자가 구인자의 업체명·성명이 표시돼 있지 않거나 연락처가 사서함 등으로 표시돼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구인광고를 게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직업안정법 시행령은 ‘업체명이나 성명’을 표시하고 ‘구인자의 연락처’를 사서함 등으로 표시하지 말라고만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업체명 등이 진실에 부합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광고에 나온 정보로는 구인자 신원을 정확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사업정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청이 불이익을 주는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불리한 방향을 지나치게 확장·유추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부의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