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명 여성 살해”…멕시코 여성들 1일 총파업 예고

입력 2020-02-24 10:38 수정 2020-02-24 15:25
기사와 관계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살인, 성폭행 등 잇다른 여성혐오 강력범죄에 분노한 멕시코 여성들이 내달 하루 대규모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총파업은 ‘세계 여성의 날’ 이튿날인 내달 9일 멕시코 전역에서 ‘여성 없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이날 하루 여성들은 학교와 직장에 나가지 않는 등 일체의 생산 활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식, 쇼핑 등 소비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최 측의 계획이다.

이번 파업은 멕시코에 만연한 페미사이드를 규탄하기 위해 기획됐다. 페미사이드는 여성혐오를 이유로 벌어지는 살해 사건을 가리키며 넓은 의미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모든 살인을 뜻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하루에 열 명꼴로 페미사이드 사건이 발생하나 용의자가 붙잡혀 처벌을 받는 비율은 극히 낮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혐오범죄는 멕시코 여성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멕시코시티에서 20대 여성이 함께 살던 40대 남성에 잔혹하게 살해당하는가 하면 7살 여아 파티마가 엄마 친구 부부에게 납치·성폭행을 당한 뒤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대통령궁 앞을 비롯한 멕시코 전역에서 당국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여성 없는 하루' 총파업 포스터

파업 일정이 정해진 후 올가 산체스 내무장관을 비롯한 많은 여성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부인 베아트리스 구티에레스 여사도 한때 인스타그램에 파업 포스터를 올리고 “우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나”라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몇 시간 뒤 게시물을 삭제하고는 파업에 반대하는 포스터를 올려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번 파업엔 공무원들도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무원들이 파업에 참여해도 징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위선적인 보수 우파들이 진보 정부에 맞서기 위해 이런 움직임을 장려한다”며 시위자들이 이에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