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대응하기 위해 ‘비례민주당’을 창당하는 방안에 대해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후 기자들과 가진 오찬자리에서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느냐”면서도 “그 의병은 우리와 관련이 없고, 제가 지난해 선거법 협상 때부터 누차 얘기했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는 당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꼼수 정당’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래한국당에 대한 위기감이 점점 높아지면서 당 안팎에서 비례민주당 창당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당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열어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출신으로 현재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원내대표의 ‘의병’ 발언은 이처럼 당 지도부와 무관하게 비례민주당을 거론한 이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개인 의견”이라고 연일 선을 긋고 있지만, 미래한국당의 위력이 현실화 될수록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라 총선 비례대표 투표 결과를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를 1명도 내지 않고 미래한국당에 정당 득표율을 몰아줄 경우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최대 20여석을 가져간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도 결국 비례민주당 창당을 묵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 원내대표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꼼수로 민심을 전복해서라도 무조건 국회 제1당이 되고자 민주주의도, 정당정치도, 국민의 눈초리도, 체면도, 염치도 모두 다 버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